매일신문

[야고부] '21세기 진시황'

'폭군 아니면 간신뿐….'

중국 역사를 보면 성군은 몇 명 없고, 숱한 폭군과 간신이 등장한다. 폭군과 간신이 역사의 전면에 있을 때마다 그 왕조는 망했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의 중국 통일부터 1911년 청이 망할 때까지 300년을 넘긴 왕조가 아예 없는 이유다.

중국 왕조의 역사는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인은 실리에 밝고 개인주의'가족주의 성향을 갖고 있어 절대권력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중국의 역사문화적 배경에서는 '신라 1천 년', '조선왕조 500년'이란 말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중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성군 3명이 잇따라 등장한 시대가 있었다. 강희제·옹정제·건륭제라는 걸출한 황제는 134년간 청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건륭제는 현대의 중국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숭앙받는 황제다. 한족 왕조가 관심도 갖지 않던 만주, 신장 위구르, 티베트, 몽골을 편입해 오늘날 중국 영토와 판도를 닦았다.

건륭제(1735~1795 재위)는 젊은 시절, 냉철하고 성실한 황제였다. 관리의 부패와 실정을 철저하게 막았고, 미복으로 갈아입고 직접 백성의 살림을 살폈다. 나이가 들면서 간신배를 총애하고 향락과 사치에 눈뜨면서 국가재정은 피폐했고 부패는 극심했다. '3년간 관직에 있으면 은 10만 냥은 거뜬히 거둬 들인다'는 노래까지 유행했으니 국가의 운명은 불 보듯 뻔했다. 청은 건륭제로 인해 절정기를 맛봤고, 건륭제로 인해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시진핑 주석은 요즘 '21세기 진시황' '21세기 건륭제'로 불린다. 미국·유럽 언론에서 흔히 쓰는 별칭이다. 얼핏 멋있는 호칭 같지만, 비꼼과 야유가 넌지시 포함돼 있다. 절대권력을 누리던 진시황과 건륭제가 죽고 나니 왕조가 망했거나 망조에 접어들지 않았느냐는 비아냥이다.

19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에 명기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살아 있으면서 헌법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마오쩌둥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하니 기념비적 사건이다. 마오쩌둥은 공산당 정권을 세웠고,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이끌었지만, 시진핑은 도대체 업적이 있기나 한지 아리송하다. 인민일보가 '역사에 기록될 개헌'이라 칭송하는 걸 보면 시진핑 우상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절대권력은 부패하고, 끝내 망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리스크 내지 불확실성의 시발점으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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