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한 비위 맞추는 데 급급한 정부, '평창올림픽'이 맞나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정부의 저자세가 도를 넘고 있다. 북한의 참가가 올림픽 성공의 보증수표라도 되는 것처럼 '과공'(過恭)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 대회로 기록될 올림픽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낸 데 대해 (남조선이)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을 만도 하다.

이런 저자세는 '언론 탓'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은 20일로 예정됐던 방남(訪南)을 전날 밤 돌연 취소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어떤 설명도, 사과도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 참가에) 비협조적인 보도가 많으니 자제해달라"며 남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표현만 다를 뿐 남한 언론의 기사를 "괴뢰 보수 언론들의 무례무도한 여론 오도 행위"라고 비난한 노동신문과 다를 게 없다.

사전 점검단이 남측을 방문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남한 취재진들이 현송월에게 방남 소감을 묻자 국정원 관계자는 "불편해하신다. 자꾸 질문하지 마라"며 거칠게 가로막았다. 또 황영조 체육관을 둘러본 북한 점검단이 "(규모가 작아) 실망스럽다"고 하자 남측 관계자는 "미리 연락 주셨으면 5만 석 규모로 만들 수 있었는데"라고 얼빠진 대답을 했다. 현송월의 북한 현지 지도에 북한 관계자가 할 대답이다.

이러니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북한이 올림픽 참가로 갑자기 돌아선 의도는 핵무장 완성까지 시간 벌기라는 것이 일치된 관측이다. 김정은 신년사 이후 성사된 남북 접촉에서 정부는 북한 눈치를 살피느라 북핵 문제는 꺼내지도 않았다. 결국 북핵 문제는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평창올림픽 이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정부는 이런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저자세는 이런 진실과 상관없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의 발로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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