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턱만 높고 입에 붙이기도 힘든 일자리안정자금

최저임금 인상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이 낮은 실효성 때문에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높다. 정부는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조성해 300만 명에게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신청 요건이 현장의 고용 현실과는 동떨어져 대다수 소상공인과 영세기업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 안정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줄 목적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계획하면서 월 임금 190만원 미만과 30명 미만의 사업장으로 제한했다. 이 요건에 맞을 경우 노동자 1인당 인건비로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한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청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22일 기준으로 경북도 내 기업의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건수는 고작 6건에 불과했다. 소규모 업체가 몰려 있는 구미시의 경우 단 한 건도 없었다.

실제 지원금을 받게 되더라도 4대 보험 가입 등을 감안하면 지원금을 넘어서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아예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요건이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든, 지원금 자체가 적어 누구 입에 붙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 먼저 문제점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명분만 그럴싸하고 입에 넣을 수 없는 떡은 결국 정책 신뢰성만 크게 떨어뜨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거부반응을 줄이는 한편 단계적인 최저임금 인상 기조가 뿌리내리도록 범정부 차원의 현장 홍보를 강화하는 시점이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후속 대책인 일자리안정자금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 구실을 못한다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정부의 정책 역량을 의심받는 일이다.

정부가 고용 불안 해소와 영세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기왕에 세금을 들이는 정책이라면 무리가 없는 범위 내에서 실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형편이 어려운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월 임금 기준을 높이거나 고용 규모 제한도 서둘러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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