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라지지 않는 "놀다 가실래요?"…여관 앞 서성이자 성매매 알선

동대구역 일대서 은밀하게 성행…노후 숙박업소 안전도 심각해

22일 오후 11시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인근 한 편의점 앞. 대로변에 자리 잡은 여관 앞을 서성이자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왔다. "놀다가실라고예? 따로 찾는 사람 있습니꺼?"라며 물은 이 여성은 성매매 비용으로 4만원, 숙박비로 3만원을 요구했다. 골목 안쪽으로 다가가자 이번에는 여인숙 업주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숙박업소 방화범이 성매매 알선 여부를 두고 업주와 실랑이를 벌이다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 숙박업계의 불법 성매매 실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과 7월 대구 동부경찰서는 동대구역 주변의 숙박업소 업주와 건물주 4명을 성매매 알선혐의로 입건하고 동구청에 영업장 폐쇄 조치를 내리도록 했다. 경찰은 이 일대에만 10여 곳의 숙박업소에서 '은밀하고 끈질기게'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방문한 동대구역북고가교 아래 덕성초교 주변 골목에서는 들어가는 숙박업소마다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적극적으로 성매매를 권하던 한 업주는 때마침 밖으로 나가는 40대 중년 남녀를 가리키며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성매매를 부추겼다. 이 일대는 숙박업소 외에는 다른 상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인적도 드물어 홀로 걷는 남성은 성매매 유혹에 시달렸다. 1시간 동안 돌아본 20여 곳의 숙박업소 모두 사정은 비슷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숙박업소가 100여 개에 달했지만 대구신세계가 생긴 이후로는 장기 투숙 숙박업소로 바뀌는 추세"라고 했다.

오래된 숙박업소들의 안전도 심각한 수준이다. 동대구역 주변 숙박업소들의 절반가량은 1970, 80년대에 들어선 건물로 대부분 연면적 1천㎡ 이하 규모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도 없고 시설물 점검 대상도 아니다. 현행법상 연면적 1천~5천㎡ 미만 숙박시설만 준공 후 15년이 넘으면 특정 관리대상 시설로 지정돼 매년 시설물 상태를 점검받는다. 그러나 250여 개의 숙박업소가 몰려 있는 동구의 경우 특정관리대상에 지정된 숙박업소가 15곳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다음 달 8일까지 연면적 400㎡ 이하 소규모 숙박시설 200여 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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