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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올림픽 개막전 북한 열병식, 그래도 '평화올림픽'이라는 문 정부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2월 8일 대규모 건군절 열병식을 열기로 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평화올림픽' 구상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문 정부는 한미 연합 방어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을 4월 이후로 연기했다. 지난 18일에는 보급과 휴식을 위해 부산 해군 작전기지에 입항하려는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의 입항도 거부했다. 모두 '평화올림픽'을 위해 문 정부가 미국 조야의 불만을 무릅쓰고 강행한 조치들이다. 북한의 열병식은 이를 포함, 북한에 갖은 성의를 다한 문 정부만 바보로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문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만 하다. 아직까지 문 정부는 열병식에 반대나 중지를 공식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병식 날짜는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며 두둔하기까지 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북한은 4월 25일을 건군절로 기념해오다 2015년부터 인민군 창건일인 2월 8일로 기념일을 바꿨다. 조 장관의 말대로 평창올림픽을 겨냥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날이 바로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이란 사실이다. 김정은이 '평화올림픽'에 뜻을 같이한다면 무력시위라는 세계의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한 열병식 강행을 재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런 기미는 전혀 없다.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너무나 태평스럽다. 조 장관은 "평창올림픽은 평창올림픽대로 하는 것이며 이 시기에 열병식이 있다고 해도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열병식과 관련해) 북측과 따로 할 얘기는 없다"고 했다. 문 정부의 안이한 안보 인식에 대한 미국 CNN방송의 비아냥대로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에 파묻고 위험이 없다고 여기는, 참으로 편리한 발상이다. 평창올림픽과 북한 열병식을 별개로 보기만 하면 '평화올림픽'이 된다는 것인가? 이런 식의 억지 논리와 안이한 상황 대처 방식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를 60% 아래로 끌어내린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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