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평창올림픽과 한반도 기류 변화

한국 사회에는 성향이 다른 3개 세력이 존재하고, 각 세력의 한국 사회에 대한 시각과 평가는 매우 다르다.

첫째는 산업화 지지 세력으로,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피폐했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선진국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지구상에 생겨난 140여 개 신생국 중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이자,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국가'다. 그런 까닭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나가야 할 위대한 나라다.

산업화 지지층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흠결보다는 장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흠결은 극복의 대상이지, 흠결을 이유로 한국 사회의 성공을 폄훼하거나 한국 사회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는다. 흔히 이들을 우파 또는 보수로 지칭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들은 보수의 가치나 우파의 이념을 공유하지 않는다.

둘째는 민주화 지지 세력으로 모든 행위의 목적은 '사람답게 살자'는 데 있으므로, 경제 발전을 이유로 '사람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이다. 1950년대 자유당 정권에 항거하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에 대항하거나 선별적으로 지지를 보내온 세력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조국'이며, 또 한편으로는 부정부패와 독재로 얼룩진 '부끄러운 조국'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이 독재정권 주도로 이루어졌으므로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부패와 탐욕을 그 정권의 본질로 인식한다. 또한 탐욕과 부패가 자본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표출되었으므로 자본주의는 탐욕적이고, 사회주의는 청렴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이들을 진보 혹은 좌파로 칭하지만, 우파로 간주되는 한국인이 우파가 아니듯 이들 역시 좌파도 진보도 아니다.

셋째는 친북 공산 세력이다. 산업화 지지층과 민주화 지지층은 무게 중심이 다르지만, 한국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그러나 친북 공산 세력은 애초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가'로 간주한다. 까닭에 이들에게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이 아니라 분단주의자, 박정희는 근대화를 이끈 지도자가 아니라 친일 독재자, 자본주의는 경제 발전 원동력이 된 시스템이 아니라 '불평등'의 근원이다.

이들의 염원은 한국의 실패와 북한의 성공이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 달리 미국·일본과 손을 잡은 한국은 성공했고, 중국·소련과 손을 잡은 북한은 실패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일본에 적대적이고 중국에 우호적이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이 치여 사망한 사고를 미군 고의로 몰고, 세월호 침몰을 미군 잠수함 충돌로, 광우병 사태를 반미와 반정부 시위로,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에는 입 다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는 결사반대하는 것도 모두 한국인이 미국을 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산업화 지지층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미 반일 운동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반한(反韓)과 일본의 혐한(嫌韓)을 초래하고, 한-미 불신과 한-일 반목은 한국을 위태롭게 한다. 이는 친북 세력이 염원하는 바다.

친북 공산 세력은 한국 사회의 주류 세력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 사회의 단점 개선에 관심이 많은 민주화 세력 뒤에 숨어 반정부 투쟁을 펼친다. 덕분에 그들의 목소리는 종종 민주화 세력의 목청을 통해 증폭된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친북 공산 세력은 올림픽 분위기와 동포애를 내세워 문재인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태도 변화를 시도하고, 배신감을 느낀 미국이 한국에 거칠게 나오기를, 그리고 그런 미국의 태도에 한국인이 분노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한국 내 반미 감정이 증폭되면 친북 공산 세력의 목표대로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과 북-미 평화협정, 미군 철수는 현실이 된다. 압도적 무력 격차 속 평화협정은 공염불에 불과하지만 그 길을 가자는 자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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