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이 지난 9월부터 추진해온 근대산업유산 관광자원화의 청사진이 나왔다. 북구 지역에 산재한 270여 개의 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게 골자다. 근대 인쇄기 체험 공방과 산업유산 팸투어 등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근대산업유산관 건립과 트레일 코스 조성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지난 1일 북구청에서 열린 대구 근대산업관광 아카이브 작업 및 콘텐츠 개발용역 최종 보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조사를 진행하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자원이 산재해 있음을 확인했다. 북구도 중구의 근대골목처럼 근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인쇄공방, 산업유산 투어 등 시범사업부터
우선 근대 인쇄기를 이용해 직접 출판작업을 해볼 수 있는 '메이드인 대구' 근대 인쇄기 출판공방 설립이 제안됐다. 인쇄기는 대구역 북편에 있었던 옛 1공단의 대표적이자 독보적인 기계제품으로 대구를 '인쇄의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칠성동 오페라하우스 맞은편이 후보지로 꼽힌다.
'산업유산 팸투어' 개발도 추진한다. 한국전쟁 직후 국내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삼성, 쌍용, 대성 등 대표적 기업들을 배출해낸 대구산업사의 스토리텔링을 입힌 관광이다. 이 기업들의 흔적이 남은 곳을 방문객들이 걸으면서 구경할 만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팸투어는 근대산업유산을 이용한 관광코스에 대한 시민들의 선호도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섬유산업 전성기의 복장 투어와 웨딩 이벤트, 창고 공간을 활용한 파티 등을 마련해 눈길을 끌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오는 2019년까지 시행한 후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의 반응 등을 살펴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옥산초 일대 중심 근대산업유산관, 트레일 코스 조성
시범사업의 반응이 좋을 경우 대규모 예산 투입이 필요한 근대산업유산관 조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근대건물이 밀집해 있고, 골목길이 많은 칠성동 옥산초등학교 인근이 유력한 후보지다. 내부 공간에는 ▷근대산업유산 자료전시관인 '기억저장소' 아카이브 박물관 ▷시민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공간인 '메이커스 랩'(maker's lab) ▷청년 창업인들의 창의적인 업무공간인 '코웍 스페이스'(co-work space) ▷방문자가 관광정보를 능동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정보제공 및 휴게공간인 '웰컴 센터' 등으로 채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북구 산업유산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2개의 트레일 코스도 제시됐다. A코스는 칠성시장에서 출발, 옥산초교 인근에 세워질 근대산업유산관을 지나 삼성창조캠퍼스를 거쳐 대구복합스포츠타운(옛 시민운동장)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코스다. B코스는 대구역 북편에서 칠성동 최초 주거지를 지나 근대산업유산관, 옛 금성방직 터를 지나 삼성창조캠퍼스로 향한다.
◆정부지원사업 공모, 시민과 기업 참여 유도가 과제
오는 2022년까지 5개년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총 2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근대산업유산관 터와 주요 건물 매입에 80억원이 들고, 건설 및 내부 콘텐츠 확보에 59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북구청은 정부의 도시재생뉴딜 사업에 선정되면 200억~300억원 규모의 국비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과 기업들의 참여 유도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상구 이사는 "중구청은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 당시 건물 1채당 5천만원을 지원했다. 중구청이 쓴 돈은 10억원 정도였지만 시민들이 스스로 투자한 돈은 50억원이 넘었다"며 "지자체의 노력이 마중물이 된다면 시민들의 더 큰 참여와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거점 사업에 해당하는 근대기업 창업관 조성도 기업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쌍용과 대성의 출발점인 만큼 대기업이 참여할 만한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문화와 관광이 시대적 트렌드다. 과거처럼 노후 건축물을 허물고 아파트를 세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남아 있는 자원에 대한 고증과 재해석을 철저히 하고 북구의 역사와 이야기를 살려 진정한 도시재생사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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