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청 과장 전결로 수십억 혈세 투자…수성구청, 허술한 세수 관리

고위험 해외펀드 부도나자 원금 손실에도 회계 이상無

대구 수성구청이 대구은행의 권유로 해외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자 은행 측이 손실금을 보전해 준 의혹(본지 5일 자 8면 보도)과 관련, 수성구청의 허술한 세수 관리를 두고 비난이 일고 있다.

수십억원의 혈세를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도 주무과장의 전결로 처리한 데다, 원금이 반 토막이 난 상태로도 회계상으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처리되는 등 곳곳에 구멍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5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수성구청은 지방세 등 구청의 모든 세수(稅收)가 모이는 '수입금출납원'(일반회계)에 남아 있던 공공자금 30억원을 대구은행이 운용하는 회사채 펀드에 투자했다. 당시 대구은행은 펀드매니저를 구청에 보내 해외펀드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한 회사가 부도나면서 12억2천만원의 손실이 났다.

문제는 혈세를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제지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 재무회계규칙에 따르면 각 구청은 유휴자금을 지정 금고에 이자율이 높은 '예금'으로 예치할 수 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회사채 펀드에 투자해도 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지자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도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운용해야 한다'는 재정자금의 관리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더구나 유휴자금 운용에서 5급 사무관인 '통합지출관'의 결재만 있으면 가능한 점도 '묻지 마 투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세수의 관리 규정 자체가 모호하거나 허술한 셈이다.

펀드 투자 이후 6년이 흐른 지난 2014년 원금을 돌려받기까지 회계상으로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은 점도 문제다. 투자금은 세입출납 항목 안에 모두 합산돼 있었고, 돈이 오간 흔적이 없어서다. 12억원의 돈이 비는데도 회계상으로는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 투자 내역은 세무과에서 자체적으로 기록하는 자금운용기록부에만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구청 관계자는 "여러 구청에서 모두 투자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대구은행이 원금 보장을 수차례 약속해 예금 성격으로 판단했다"면서 "예금 이자에 걸맞은 이자도 2억원가량 받았기 때문에 구청이 손해를 본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대구은행이 2014년 6월쯤 수성구청의 손실액 전액을 보전해 준 과정을 수사 중이다. 원금 손실을 보전해줄 수 없는 회사채 펀드에 투자했는데도 원금을 보전해줬다면 명백한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손실보전 금지규정 위반)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청의 손실금은 이화언, 하춘수, 박인규 전 은행장 3명이 보전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