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88번(영양~울진) 직선화 사업의 이해할 수 없는 설계 변경 논란(본지 3월 2일 자 12면 보도)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권성동 위원장(강원 강릉'자유한국당)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주민들 등에 따르면 권 의원이 해당 공사의 발주처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부산국토청)에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설계를 변경하라'며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88번국도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가 최근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결과 지난 2015년 11월 30일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직접 부산국토청과 유선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기존 도로를 활용해 마을 앞으로 도로 건설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통화 내용도 정보공개를 통해 드러났다.
울진지역 국회의원인 강석호 의원 역시 지난 2015년 12월 1일 보좌관을 통해 부산국토청과 유선통화를 했으나 '문제 노선은 총선 후 결정이 필요하다'는 다소 유보적인 의견만을 제시한 것으로 국토부는 전했다.
주민대책위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작성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출했다. 청원서와 주민대책위에 따르면 해당 공사의 당초 계획안 속에는 권 위원장의 집안인 안동 권씨 일가의 선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용해 몇몇 주민들의 청탁이 이어지자 권 의원이 직접 부산국토청에 전화를 걸어 설계 변경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주민대책위 황태성 위원장은 "도로의 안정성'경제성'환경적인 측면 등을 고려해 전문가가 설계한 노선을 비전문가인 일부 주민들과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로 무시하는 게 바로 힘의 논리에 의한 적폐가 아니냐"면서 "국책사업이 제대로 힘을 발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진정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초 설계안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대책위는 청원서를 통해 권 의원의 개입 의혹을 밝혀줄 것과 현재 불합리한 직선화 설계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울진군 평해읍과 영양군 수비면을 잇는 국도 88번은 2014년 초 직선화 작업을 추진하며 기존 약 3㎞의 거리를 1.92㎞로 줄이는 설계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후 주민설명회를 통해 2016년 12월 현재 도로를 최대한 활용해 기존 도로보다 겨우 500m가량 줄어든 약 2.5㎞ 노선으로 변경됐다. 해당 공사는 현재 발주가 끝난 상태며 조만간 보상 절차를 앞두고 있다. 부산국토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며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교통안전을 최대한 고려해 지금의 노선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현재 개인전화를 착신 정지해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이며 대신 보좌관을 통해 "우리 지역구도 아니고, 제사에 참석조차 않는 가문의 청탁 때문에 나설 명분이 없지 않나"라며 "이리저리 관련 내용을 확인했을 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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