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비정규직 3명 중 1명 "성폭력 당해"…응답자 34.4% "직간접적 경험"

경험자 61.1% "문제 제기 안해"…해결책 없고 인사 불이익 우려

대구 한 중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말 회식자리에서 치욕스러운 경험을 했다. 교감이 A씨를 불러 "옆에 앉아서 술을 따라줘라. 쌈을 싸서 먹여달라"는 등의 성희롱을 겪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에는 당황해서 별다른 항의를 못했지만 수치스러운 기분이 떠나질 않는다"면서 "주변에는 상급자가 SNS로 야한 동영상을 보내거나 외설적인 농담을 꼼짝없이 들어야 하는 여직원들도 흔하다"고 털어놨다.

방과 후 학교 교사나 기간제 교사, 조리사 등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습적인 성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 3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를 겪었을 정도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가 대구시내 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 1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9%(18명)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성희롱'성폭력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8.5%(21명)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중 34.4%가 직간접적으로 성폭력 또는 성희롱을 경험한 것이다.

성폭력을 경험했더라도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응답자 중 61.1%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잠자코 참은 이유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인사 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는 11일 대구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엄중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교동 조직국장은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장 힘없는 존재여서 성폭력에 노출되기 쉽다. 시교육청이 조속히 매뉴얼을 만들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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