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솜방망이 처벌로 중금속 범벅 폐수 막을 수 있나

대구 제3산업단지와 서대구산업단지 등 도심 산업단지 내 업체들이 중금속 범벅인 폐수를 인근 달서천으로 흘려보냈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이 흘려보낸 폐수의 중금속 오염도는 기준치를 최대 56배 웃돌았다. 공단 내 폐수 배출 공장 24곳을 단속했더니 9곳이나 적발됐다. 두세 번씩 걸린 업체도 있었다. 적발 업체들엔 대부분 수십, 수백만원대의 과태료나 배출부과금 처분이 내려졌다. 처벌은 가볍고 이들이 얼마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다시 영업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이번 단속이 대구환경관리공단 달서천사업소의 조사 의뢰로 시작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달서천사업소가 서대구산단과 제3산단에서 이용하는 특정 폐수관에서 간헐적으로 침전물이 섞여 배출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해 단속권이 있는 대구 환경청에 조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폐수를 처리할 때는 침전물 성분을 탈수 후 매립해야 하지만 폐수 배출 공장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마구 버렸다. 달서천사업소가 육안으로 이를 확인하고 대구환경청에 조사를 의뢰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대구환경청이 적절한 단속에 나섰을지 의문이고, 대구 시민의 젖줄 금호강은 병들었을 것이다.

단속 결과를 보면 초과된 중금속의 정도가 끔찍한 수준이다. 적발된 한 도금 업체는 아연 배출량이 기준치의 56.4배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 업체는 최근 2년간 배출 허용기준 초과로 2차례 적발돼 조업정지 10일과 배출부과금 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또 다른 한 도금 업체가 방출한 폐수에선 맹독성 물질인 시안이 기준치의 53배를 웃돌았다. 이 업체엔 배출부과금 911만원에 개선명령이 내려졌다. 폐수 배출 시설을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운영하거나 오염방지 시설을 파손된 상태로 두고 영업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이들 업체들 역시 오염 예방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지만 60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 것이 고작이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환경 당국의 강력한 단속 의지와 업주들의 환경우선 의식이 맞물려야 한다. 업주들이 환경을 우선 하려면 적발되었을 때의 불이익이 폐수를 정상 처리하는 비용보다 커야 한다. 폐수를 적당히 처리하고 흘려보내다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업주들은 적발되었을 때의 불이익을 사소하게 여기고, 계속 불법 영업의 유혹을 이기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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