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 13일 오후 7시 30분쯤 대구 중구 북성로 한 골목. 근대 생활한복과 망토 달린 옛 교복을 입은 '북성로 RPG 야설 탐험대' 참가자들이 셀카봉을 들고 북성로 곳곳을 분주히 오갔다. 참가자들은 손에 든 지도를 보며 특정 지점에 도착해 진행자가 내놓는 미션(과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사진 속 항일 시인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맞혀주세요." "이육사,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정답입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판정을 기다리던 윤현진(12), 장준우(12) 군이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북성야설 100년 탐험전, 북성 밤마실' 행사가 13일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행사에는 재즈콘서트, 판소리 공연, 오픈 하우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 중에서 북성로의 밤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단연 '북성 밤마실 탐험대'와 '북성로 RPG(Role Playing Game'역할 수행 게임) 야설 탐험대'였다.
밤마실 탐험대는 골목해설사와 함께 북성로 밤거리를 누비며 숨겨진 역사와 준비된 공연을 즐겼고, RPG탐험대는 게이미피케이션(게임처럼 꾸며 즐기게 하는 것) 방식으로 골목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미션을 수행했다. 특히 RPG탐험대 미션으로는 북성로와 대구의 근대에 대해 이해도를 높여 주는 문제가 여럿 준비돼 눈길을 끌었다.
안동 출신 항일시인 이육사의 작품을 모아둔 '264문학관'에서는 항일시인들의 이름을 맞히고 이육사 시인의 본명을 대는 퀴즈가 출제됐다. 또 공구골목 인근 공구박물관에서는 볼트와 너트로 양팔 저울 균형을 맞추는 체험형 미션이 나왔다. 북성로사진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희움을 찾아 인증사진을 찍으라는 임무를 내놨다.
쌀쌀한 날씨에도 참가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SNS와 언론매체를 통해 소식을 접한 100여 명의 시민들은 저마다 연인 또는 가족과 손잡고 북성로 밤거리에 뛰어들었다.
참가자 박가람(23) 씨는 "매일 지나던 길인데도 밤에 와 보니 느낌이 다르다. 이처럼 깊은 역사와 콘텐츠가 숨겨져 있는 줄은 몰랐다"며 "옛날 옷을 입고 있으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00년대로 날아온 기분"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는 대구시와 (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등이 100년 전통의 북성로 밤거리 이야기를 활용해 이곳을 야간투어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했다. 전충훈 공동체디자인연구소 국장은 "매주 조금씩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주고, 계절별로 달라지는 북성로 모습을 서로 다른 큰 행사를 통해 소개하는 등 북성로를 대구 관광의 대표적인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행사는 28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북성로 일대에서 열린다. 북성 밤마실 홈페이지(masilgo.com) 또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해 RPG탐험대 참가 사전예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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