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집 공포체험…청소년 '곤지암 따라하기'

담력 시험 이유 폐가서 소음·소란…주민 불안 호소

최근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공포체험을 한다며 도심 빈집을 무단 침입하는 청소년들이 늘자 구
최근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공포체험을 한다며 도심 빈집을 무단 침입하는 청소년들이 늘자 구'군청들은 빈집 활용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3동 한 빈집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낡은 벽지를 뜯어내며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공포 체험이나 담력 시험을 빌미로 폐가에 무단 침입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폐쇄된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나는 내용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폐가 체험이 번지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대구 남구 대명 3동 한 빈집.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은 을씨년스러웠다. 외벽은 담쟁이덩굴이 온통 감싸고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풍겼다. 최근까지 대문이 열려 있던 이 집은 인근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텅 빈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곤지암'이 흥행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공포 체험 장소로 손꼽혔기 때문. 학생들은 이 집 대문 사진만 보고도 경험담을 쏟아냈다.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이모(14) 군은 "친구랑 공포 체험을 하려고 몰래 들어가 봤다. 여기 가보지 않은 애들이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모(16) 군도 "영화 속 주인공들이 공포 체험을 하는 것처럼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폐가에 몰래 들어가 보는 게 인기"라고 말했다.

무단으로 빈집에 드나드는 청소년들이 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소음이나 소란이 반복되면서 기피 장소가 되고 있는 탓이다.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폐가 체험을 빌미로 자꾸 학생들이 무단으로 들어온다"며 "건물 내부가 위험할 수 있고 또 다른 범죄가 일어날 소지가 있으니 관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대구에는 주택가 곳곳에 자리 잡은 수천여 채의 빈집이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도심에 방치된 빈집은 2천612채에 이른다. 남구가 511채로 가장 많고, 동구 413채, 북구 410채, 중구 316채, 서구 352채, 수성구 276채, 달서구 170채, 달성군 119채 등이다. 소유자가 불분명하다 보니 관리도 어렵다.

이에 따라 구'군들은 방치된 빈집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빈집을 빌려서 철거한 뒤 주택가 소규모 주차장으로 활용하거나 보수해서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희망보금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남구 대명3동주민센터는 빈집을 임차한 뒤 주민 15명이 청소와 도배, 싱크대 설치 등을 해 장애인 부부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빈집이 많고, 예산은 한정돼 있어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빈집은 문을 잠그고 지속적으로 안전 여부를 확인하거나 보수를 거친 뒤 어려운 지역주민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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