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운영난에 빠진 DIP, 방만 운영과 감독 부실의 합작품

대구시 출연기관인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직원 급여도 못 줄 정도로 심각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가 2001년 지식 기반의 첨단 디지털 산업 중심도시 육성을 선언하며 설립한 DIP가 20년이 다 되도록 자생력을 못 갖췄다니 실망스럽다. DIP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 대구시의 관리'감독 태만이 합작해 만들어낸 결과다.

대구시로부터 건물'설비를 제공받고 있으며 올해 연간 예산이 368억원에 이르는 DIP가 당장 5월부터 직원 급여를 못 구해 시에 손을 벌려야 할 형편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임대 수익이 줄어든 데다 예산 규모가 큰 사업들이 마무리되면서 운영비가 부족해졌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DIP가 신규 프로젝트 따내는 데 소홀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매달 5천만원 이상, 연간 6억원 이상의 운영비 부족이 예상된다고 하니 일시적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봉착한 셈이다.

운영상의 방만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일탈을 빼놓고서는 DIP의 운영난을 설명할 길이 없다. DIP는 그동안 회계 처리 부적정성 등으로 여러 차례 시의회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았고 최근에는 교육 설비를 가상화폐 채굴에 전용한 간부 직원이 징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형 프로젝트를 계속 따내고 지역 기업과 협력해 신규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하지만 그런 모습은 잘 안 보였다.

대구시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대구시 책임이 크다. 게다가 시는 능력 있는 인사를 원장으로 앉히는 데도 누차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 눈치나 보면서 임기만 채우고 떠나는 원장들도 없지 않았다.

지역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자생력도 키우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못한다면 DIP의 존재 의미는 없다. DIP의 심각한 운영난 보고를 받고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정책은 격노가 아니라 실천으로 하는 것이다. 대구시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해법을 내놔야 한다. 대구시와 DIP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고강도 쇄신'개혁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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