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농약 추어탕, 부녀회와 갈등 탓

60대 할머니 범행 시인 "행사 안 불러 줘 배신감"

마을 잔치 음식에 농약을 넣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유력 용의자 60대 할머니(본지 23일 자 8면 보도)가 결국 범인으로 밝혀졌다.

포항남부경찰서는 23일 마을 주민들이 먹을 음식에 농약을 넣은 혐의(살인미수)로 A(69)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2일 오전 5시쯤 포항 남구 호미곶면 구만1리 공동취사장에 들어가 마을 주민들이 먹을 20여 명분의 고등어추어탕에 농약 50㎖가량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마을 부녀회와 갈등을 빚자 화를 참지 못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부녀회가 나를 무시하고 소외해 화가 났다. 행사를 준비하면 초대도 하고, 불러줘야 하는데 그런 말도 하나 없어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마을에서 수년간 부녀회장을 했으며, 최근에도 연임했지만 회원들과의 갈등에 석 달 만에 그만뒀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농약은 유기인계 농약의 일종인 '엘산'으로, 독성은 비교적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범행 당시 농약을 150㎖ 병에 담아 옮긴 뒤 공동취사장으로 가 살포했다. 애초 범행 사실을 숨겼던 A씨는 경찰의 추궁에 "50㎖ 정도를 넣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감정결과를 통해 진술한 농약과 살포한 농약이 같은 성분임을 확인했다. 살포된 정확한 양은 국과수 조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사건이 발생한 날 구만1리는 마을 앞 항구에서 수산물 축제를 열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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