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장애인 시설 거부하는 대구시민, 부끄러움 느껴야

대구에서 각종 장애인 복지시설이 주민 반발에 떠밀려 들어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니 참으로 부끄럽다. 주민 사이에 장애인 시설이 있으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자체부터 어리석고 잘못된 일이다. 대구 사회가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에 젖어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이런 수준이구나’라는 자괴감을 갖게 된다.

주민 반대로 인해 장애인 복지시설이 들어서지 못한 경우가 한 둘 아니다. 대구시가 달서구 죽전동 옛 대구경북병무청 병역판정검사장 이전터에 지으려던 종합장애인센터는 거센 주민 반발로 불발됐다. 지난해 주민 1천 300여명이 진정서를 내면서 반대 입장을 밝히자 대구시가 주민설득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사업을 보류했다.

주민들이 내세운 반대 이유는 지역 특성상 아동 또는 여성, 노인, 다문화가정 등 비장애인을 위한 복지문화시설이 더 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표면적으로 앞세운 핑계일 뿐, 내심 장애인시설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서구의 한 빌라에 들어설 예정인 중증장애인 자립생활가정도 주민 반발로 애를 먹고 있다. 해당 빌라 주민들은 반대 서명을 돌리는가 하면, 한때 차량으로 빌라 앞을 가로 막고 장애인용 화장실과 입구 경사로 공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자립생활가정이 입주하려 할 때마다 해당 아파트, 빌라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다고 하니 낯 뜨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 시설을 이렇게 반대하고 가로막는 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언제까지 장애인을 나쁘거나 귀찮은 사람쯤으로 여기는 인식을 갖고 있을 텐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장애인과 공생하고 공존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자기 집값을 염려해 장애인 시설을 거부하는 세태는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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