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어느 무소속 후보의 낙선

조두진 문화부장

'6·13 지방선거'에 대구 수성구의회 의원에 출마했던 한 무소속 후보가 낙선했다. 그는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올해까지 7회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2002년과 2014년에는 당선돼 의정활동을 펼쳤다. 그러니까 현재 수성구의회 의원이고 며칠 뒤 임기가 끝난다.


(기자라는 직업상) 그와 명함을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와 친분이 없고, 아는 사이라고 할 만한 정도도 못 된다. 그의 지역구 주민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낙선은 여러 가지 의문과 불만을 갖게 한다.


내가 아는 수성구청 공무원들과 수성문화재단 임직원들에 따르면, 낙선한 그 의원은 임기 내내 열심히 했고, 잘 했다. 때로는 너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밉기도 하고, 짜증도 나지만, 그의 질문이나 의문은 대부분 구의회 의원으로서 마땅히 할 수 있는 질문이고, 해야 하는 문제 제기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그럼에도 그는 낙선했다.


이에 반해 대구시내 각 기초의회에서는 구정질문이라는 것이 거의 트집 잡기 수준인 의원, 윽박만 지르는 의원, 자신이 집행기관(구청) 공무원이 아니라 의결·감시기관(의회) 의원이라는 사실조차 무시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의원, 의회 일은 뒷전이고 구민들에게 인사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당선된 경우도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모르기 때문이다.
투표에 앞서 유권자들은 선거공보물을 제대로 읽었을까? 공보물을 꼼꼼히 읽기만 하면 어떤 후보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인간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을까? 어렴풋하게라도 말이다.


6·13 지방선거에 앞서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을 모두 읽는 데 1시간 10분 걸렸다. 기자라는 사람들은 신문이나 책을 통해 문장을 늘 접하는 만큼, 문장을 읽는 속도도 빠르고 의미를 파악하는 데도 익숙하다. 그럼에도 공보물을 다 읽는 데 1시간 10분이 걸렸고, 그걸 다 읽고도 각 후보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우리 대부분은 후보를 모르고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당정치는 장점이 많고 정당정치를 지지한다. 그럼에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까지 정당이 공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지방선거의 경우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교육감, 광역의회 비례대표, 기초의회 비례대표는 기본이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까지 겹칠 경우 8개까지 투표를 해야 한다. 평범한 시민이 후보를 자세히 알 수 없는 구조다.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르니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특정 정당의 인기가 높은 지역에서는 생활정치를 한다는 기초의원 후보자들마저도 주민보다는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눈치를 더 살핀다. 국회의원이 떴다 하면 이른 새벽이고 늦은 밤이고 경마잡이처럼 시의원, 구의원들이 따라 나서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게 '경마잡이'는 승승장구하고, 국회의원 '시다바리'할 시간에 구정이나 열심히 살피겠다며 무소속을 고집한 후보는 낙선한다.


1995년 6월 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실시했으니 올해로 횟수는 7회째고, 세월로는 23년이다. 이만큼 경험이 쌓이고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후보를 모르고 투표한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은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선거공보물 형식(틀)은 지금과는 확 달라져야 한다. 선거공보물을 읽으면 적어도 그 사람이 해온 일, 그 사람의 인생관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집, 자기 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뽑을 때 지금처럼 무턱대고 뽑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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