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전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파장] 한수원 본사 항의 집회

주민 "수천억 들여 고쳐놓고 정권 바뀌니 입장 돌변"

18일 오후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

평소와 달리 보안직원들의 출입자 검문이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반대 주민들의 항의 방문 때문인 듯 했다.

월성원전 주변을 둘러싼 감포읍`양남`양북면 등에서 살고 있는 주민 50여명은 한수원 본사 앞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결정 철회’를 위한 집회를 갖고, 한수원과 정부를 규탄했다.

이어 한수원 전휘수 발전부사장과 면담을 갖고, 일방적인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전 발전부사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정재훈 한수원 사장 및 경영진들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은 이달 내 관련 답변에 대한 정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한수원 측은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신수철 감포발전협의회 회장은 “월성1호기를 폐쇄하겠다고 했으면 적어도 주민과의 소통은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라며 “2015년 월성원전 계속운전을 동의할 당시 한수원 측이 ‘앞으로 주민들과 월성원전 운영과 관련된 사안은 모두 협의하겠다’고 합의했는데,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관련문제에 대해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중표 양남면 인접 5개 마을 대책위원장은 “경주 대지진 1년을 맞아 지난해 경주를 방문한 산업부 장관이 ‘월성1호기 문제는 반드시 소통하겠다’고 했고, 정부도 문서를 통해 재확인 해줬다. 하지만 정부가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는 분위기를 타고 모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처리해버렸다. 그간 위험시설인 원전을 안고 산 주민들은 뭐가 돼겠냐”고 분노했다.

이재민 감포발전협의회 부회장은 “월성1호기가 사라지면 상권 침체, 인구감소 등 가시적인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데 어떠한 대책도 없다. 수 천억원을 들여 월성1호기 설비를 뜯어고치며 안전하다고 할때는 언제고, 이제는 위험하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이날 한수원 경영진을 만나겠다는 주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보안직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하지만 주민 가운데 한명이 보안직원이 이웃집 아들임을 확인하며 안타까운 듯 몸을 돌렸다.

한 주민은 “수 십년 원전과 동고동락하고 살아오다보니 한수원과 가족이 다 됐다. 자식 혹은 이웃의 일터이기도한 한수원을 무작정 몰아세우기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세월이 그랬듯,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수원이 몰아치듯 월성1호기 폐쇄를 결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전 발전본부장은 “미리 대화를 하지 못한 건 죄송하다. 이 문제를 주민과 소통하려면 또다시 논란이 될 것이고, 이것이 갈등으로 번질 게 뻔하다. 그것이 우려스러워 빠르게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서 “월성1호기는 가동률 저하에 따른 경제성 부분이 고려돼 폐쇄결정됐고, 이와관련된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변하고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이날 한수원 직원들도 착잡한 마음으로 주민집회를 지켜봤다. 

한 직원은 "정부가 하라면 해야되는게 공기업이지만 이런 식은 아닌거 같다. 수 천억원을 들여 설비를 고친 원전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한순간에 버리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이런 중대사안을 원전주변 주민들과 상의하지 않는 것은 더 문제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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