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맞추어 라디오를 켠다. FM 라디오 오프닝 멘트가 하루 종일 쫓기던 마음을 차분히 붙잡아 앉힌다. 소곤소곤 속삭여 오는 DJ에게 시간을 넘기고 시트에 등을 기댄다.
'보석을 세공하는 장인들에게는 보석을 다루는 순서가 있다고 합니다. 여러 개의 보석이 동시에 들어가는 경우 상처를 입기 쉬운 진주를 가장 마지막에 얹는다고 하지요. 쪼개 상처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진주는 상처에 가장 취약한 보석이어서 마지막이 다룬다고 합니다. 마음의 영역에서는 정반대로 …. 무더위 속에서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이다. 지금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그래서 라디오를 따로 마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라디오를 처음 대한 것은 어릴 때 외가에 갔을 때였다. 시골마을에 집집마다 스피커를 설치해 놓고, 방송을 중계해 주었다. 참 신기하였다. 그때부터 라디오를 통해 시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발음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팝송을 흥얼거리곤 했다. 나만의 라디오를 가지게 된 것은 진학으로 혼자 살게 되면서부터였다. 라디오를 껴안고 지내면서 겉멋에 취하여 머리를 기르다가 단속에 걸려 파출소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라디오를 늘 곁에 두었다. 소리를 들으면서 상상하는 재미도 좋았지만 라디오는 일을 방해하지 않았으며, 라디오를 듣기 위해 따로 시간을 마련할 필요도 없었다. 승용차를 가질 때도 음악을 듣기 위한 장치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라디오만 나오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특히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음악 방송을 즐겨 듣는다. 그 시간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부쩍 신경을 쓴다. 그래서 고가의 라디오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으며, 휴대전화와 연결하여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구입하기도 했다. 홈시어터로 들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듣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모든 방법이 성에 차지 않았다.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청취 방법은 따로 있었다. 승용차에서 들어야 제 맛이다. 차분차분 마음을 다독여주는 멘트와 선곡된 음악을 들으면 몽환의 세상으로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것만 같다. 먼 길을 떠났다가 집 가까이 왔을 때 느끼는 안도감을 갖게 해준다. 때로는 일상을 잠시 내려두고 여행에 나서는 설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집을 비켜서 운전을 계속할 때도 많다.
오늘도 FM 라디오에서 음악과 멘트가 흐른다. 자동차 한 대가 라디오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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