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디컬퓨처스] 이창민 수성중동병원장  

세계 최초 정신진환자를 위한 종합병원 꿈꾼다!

이창민 수성중동병원장은 세계 최초로 정신진환자를 위한 종합병원 설립을 꿈꾸고 있다.
이창민 수성중동병원장은 세계 최초로 정신진환자를 위한 종합병원 설립을 꿈꾸고 있다.

수성중동병원은 좀 다르다. 다루기 힘들다는 중증ㆍ응급환자와 기피하는 야간당직 대부분은 이창민(48) 병원장의 몫이다.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중증 치매환자 등 다른 곳에서 넘어온 모든 정신질환자를 받아들이는 '드문' 정신병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병원장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길만 하다.

또 있다. 이곳에는 직원식당이 따로 없다. 환자와 병원장을 포함한 의사ㆍ직원들이 함께 식사를 한다. 의사와 직원들을 위한 공간도 부족한 편이다. 환자들이 맨발로도 생활하고 활동할 수 있는 로비형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생긴 현상이다. "의사나 직원들에게 병원은 잠시 일하는 공간이지만, 입원환자들에게는 살아가는 생활공간"이라는 것이 이 병원장의 변명(?)이다.

◆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정말 고통스럽다"

"대학 3학년(본과 1년) 때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2년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책 한 줄을 한 시간 동안 쳐다봐도 외울 수가 없었습니다. 집중력 저하, 황폐해진 느낌, 우울감, 자살 생각 등 정말 죽고 싶은 나날이었습니다."

이 병원장의 우울증은 다행히 2년이 지나면서 자연치유 되었다. 정신질환자의 고통을 직접 겪은 탓인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정신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고통 속에 사는 이 사람들(정신질환자)을 내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정신병원은 외딴 고립된 곳에 있다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도심 한가운데에 병원을 연 것은 이 병원장의 철학이 영향을 미쳤다. 1990년 이후 좋은 향정신병약물이 많이 개발되면서 가족 가까이서 치료를 받고 가정과 사회로 돌아가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신질환자라고 해서 외딴 곳에 고립시킬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10년 넘도록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환자를 잘 치료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했을 때 느끼는 드라마틱한 감동은 정신과 의사를 천직으로 만든 매력이라고 했다.

정신병원 응급환자는 대부분 자살을 시도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정신과 치료는 정해진 방법이 없는데다, 약물 부작용도 심한 편이다. 오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진료와 처방이 환자의 운명을 가른다. 중증 또는 응급환자를 병원장이 직접 진료와 치료를 맡는 이유이다.

◆ 정신질환자를 위한 종합병원의 '꿈'

"정신질환자는 혼란 속에서 살다보니 위생관리를 할 수 없어 치아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가 치과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2, 3명의 보호자를 대동해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치과를 직접 운영하려고 했는데, 치과의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다 올해 2월 뒤늦게 병원 안에 치과를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혈액투석이 가능한 내과도 함께 개원했다.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입원환자(정신질환자) 10여 명과 그 가족들이 외부 병원을 이용하면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 치매환자의 경우 당뇨ㆍ고혈압ㆍ심장질환 등 내과질환을 기본적으로 2~3가지 갖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자신의 환자들이 주위의 눈총과 멸시를 받으며 어렵고 불편하게 치료받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정신질환자를 위한 종합병원을 꿈꾸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와 치료를 사명으로 하는 그런 종합병원 말입니다. 정신질환은 빈부, 권력, 지식의 유무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하지만 치료를 잘 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황당하다 하실 줄 모르겠지만, 정신질환자들이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약력>

▷1970년 부산 출생 ▷부산충렬고 졸업 ▷경북대 의과대학 졸업 ▷국립서울병원 수련 ▷중독정신의학회 회원▷노인정신의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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