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맘 때가 되면 고3 교실은 혼돈 속에 빠져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힘들어 한다. 고3 교실의 분위기는 학생들이 수능과 수시 원서를 접수하여 열심히 공부하리라는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전문대에 지원하여 수능 성적이 필요 없는 학생, 예‧체능 실기고사 준비로 조퇴하는 학생, 논술 및 적성 고사와 같은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 학생 등 교실 내 학생들의 교육적 필요와 입시 준비 상황은 다양하다.
수시 전형에 내신 성적은 3학년 1학기 까지 반영하다 보니 2학기에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동인(動因)이 적다. 그런데 현재 중3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2학년도 입시안까지 발표됐지만 매년 반복되는 고3 교실에서 2학기에 직면하는 문제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콩나물 교실 문제가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해결되고, 우수교사 확보 문제가 취업을 위해 우수한 학생들이 교‧사대로 진학하면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고 3교실의 교육 난맥상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지원 횟수를 3회 이내로 줄인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여 학생부 위주(교과와 종합)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으로 실시하고, 입시일정은 현재의 정시일정에 준해서 시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수시 6회 지원은 학생들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경쟁률만 높여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통합된 전형에서는 지원 횟수를 3회 이내로 줄이고,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도 반영한다.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 반영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있지만, 교육 과정 운영 정상화 및 고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과 교육 활동을 반영한다면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끝마무리를 잘하는 성실한 학생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입시 정책을 대학 학사일정 중심에서 고등학교 교육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여러 번 입시제도가 바뀌어도 고3 2학기는 관행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되어 왔다. 이것은 국가 주도의 선발 제도로 인한 폐해와 대학 및 대학 구성원이 입시제도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제 조직간 수평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대학도 공정성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역량이 구비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령인구가 급감하여 60만 수능 시험 시대에서 30만 수능 시험 시대가 눈앞에 다가 오고 있다.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를 배려할 수 있는 교육 환경 및 입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따라서 입시 정책은 고교 교육 정상화를 전제로 대학의 자율적인 인재 선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교육과정 운영의 합법성과 합목적성이 함께 추구 되어야 한다.
3학년은 수능후의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2학기 시간표를 수능전과 후로 나누어 작성한다. 과목별 시수 확보라는 형식적 요건이 충족 되겠지만 수능이후 오후에 실시할 수업을 수능 전에 앞당겨 하다 보니 교사의 일일 수업 부담은 늘어나고, 학생들도 같은 과목을 하루에 2시간씩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어 학습흥미가 떨어진다. 이 경우 합법성은 충족되었으나 합목적성이 충족되었는지 의문이다. 법적, 제도적으로 3학년 2학기 교육과정 이수단위 수를 조정하여 수업 시수를 줄이고, 수능 후에는 창의적 체험 활동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교육 정책 중 입시 정책이 많은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특히, 작년에 발표가 유예되었던 2021학년도 수능개편과 2022학년도 대입제도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많은 기대 속에 발표된 대입제도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며 실망의 소리가 적지 않다. 2022학년도 까지 매년 대입제도가 바뀌지만, 고 3교실의 혼돈이 매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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