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우디 "왕실과 무관" 수습 총력…국제사회 "철저 규명" 반발

사우디 "독자적 작전" 거듭 해명…왕세자, 유족에 전화 걸어 위로
영·프·독 "사실에 기반한 진상규명" 요구…獨 5천400억 무기수출 중단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피살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고 왕실이 직접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는 등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가들이 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터키 정부가 조만간 독자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과 반발은 오히려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사우디의 '절대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배후설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후폭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빈 살만 왕세자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카슈끄지의 피살과 관련된 이들은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을 했다"며 "이들 가운데 누구도 무함마드 왕세자와 가까운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슈끄지에 대한 작전은 상부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행된 작전(rogue operation)"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살만 국왕은 카슈끄지의 아들 살라 자말 카슈끄지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전했고, 빈 살만 왕세자도 역시 살라에게 전화로 애도를 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우디 왕실을 두둔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워싱턴포스트와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그(왕세자)의 책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내용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3개국은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카슈끄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3개국은 공동 성명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발표한 추정 외에 지난 10월 2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시급한 해명이 필요하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추가적인 설명의 신뢰성에 근거해 우리는 최종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지난달 독일 정부는 올해 사우디에 대해 4억1천600만유로(약 5천401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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