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색 직업을 가진 젊은 대표를 만나다! (1) 일러스트 작가 유니키스트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 유니키스트

일러스트 작가 유니키스트(Uniquist). 이미나 제공
일러스트 작가 유니키스트(Uniquist). 이미나 제공

'예술가는 꼭 가난한 것일까?'

화가와 작가,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사회는 '배고픈 직업이야. 가난할 거야'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오기가 생겼다. 그림쟁이도 남부럽지 않게 잘 벌고 잘 살 수 있음을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미래 직업을 말할 때마다 '돈 잘 버는 상업 작가'라고 부연 설명을 곁들인 이유다. 예술과 상업, 설핏 대척점에 놓여있는 두 분야를 교묘하게 넘나들고 절묘하게 아우르는 조금 독특한 일러스트 작가 유니키스트(Uniquist)를 만났다.

▷유니키스트라, 대충 짐작은 가지만 궁금하다. 무슨 뜻인가?

-unique와 kiss의 합성어로, 독특함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깊숙하게는,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린다는 의미로 내 정체성을 잘 살린 이름이다. 나를 잘 알고 곁에서 지켜봐 온 동생이 작명해 주었다.

▷이력도 '독특'하다. 출생부터 대학까지 줄곧 대구에서 보냈는데, 작업은 거의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과 했더라. 시작이 궁금하다.

-2012년 짧은 외도를 한 적 있다. 2년간 서울에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았다.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그 뒤, 소품 파는 카페도 열어보고 중학교 단기 미술 교사로도 일 해봤다. 나름 방황하던 시기랄까. 그러던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서울에서 연이 닿았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이었다. 곧 개업할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 일러스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가 딱 그랬다. 일러스트 작업은커녕 포토샵이 뭔지도 몰라 손으로 일일이 다 그렸으니까. 시간이 촉박해 4일 내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수면은 사치였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음료수만 마셨다. 그렇게 완성한 그림이 매장 전면에 걸렸다. 공식적인 첫 작품이자, 일러스트 작가 uniquist 데뷔인 셈이다.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인천 송도점 지도 일러스트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인천 송도점 지도 일러스트

▷시작이 달라서일까. 데뷔 후, 씨제이(CJ) 올리브영, 에스케이 플래닛(SK Planet)광고, 아모레퍼시픽 패키지, 키엘(KIEHL) 캠페인 등 이력이 대단하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첫 작품이 크게 걸렸으니까. 또 감사하게도, 내 그림을 많이 좋아해주셨다. 반응이 좋다 보니 함께 작업했던 곳에서는 두 번 세 번, 꾸준히 연락을 준다. 지금까지 다양하게 이력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다.

마몽드 홀리데이 패키지
마몽드 홀리데이 패키지
올리브영 부산 본점 일러스트
올리브영 부산 본점 일러스트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직업이라니, 부럽다. 게다가 프리랜서다. 그래도 고충은 있지 않나.

-당연하다. 우선 고정 수입이 없다. 직장인은 매달 정확한 날에 월급이 들어오지만 프리랜서에게 그런 돈은 없다. 작업 건수에 따라 수입 기복이 크다 보니, 마음도 늘 불안하다. 사실 지금도 월초에 의뢰 전화가 뜸하면 신경이 굉장히 예민해진다.

두 번째로는 일과 일상에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출퇴근이나 휴일이 따로 없어 바쁠 땐 이동 중에도 그림을 그려야 하고, 마감 전까지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밤낮 바뀌는 날이 허다하다. 직장인 한 달 업무량을 10일 안에 해내야 할 때도 있고 4일 만에 완성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장소와 시간에 제약이 없다는 장점이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신사동 fifty fifty 갤러리 - 키엘 네이처 앤 더 시티 캠페인 일러스트
신사동 fifty fifty 갤러리 - 키엘 네이처 앤 더 시티 캠페인 일러스트

▷일러스트 작가로서 계획하는 목표나 다른 지향점이 있나.

옛날부터 내 브랜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Marimekko)'처럼 내 그림 넣은 소품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내 브랜드를 갖는 것. 지난 7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때 컵과 포스터 등을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제작하고 판매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구나 확신이 섰다. 구체적으로는 거실∙주방 분야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 막 떠올랐는데, 브랜드명으로 유니키스트엣치킨(uniquistat.kitchen), 유니키스트엣리빙(uniquistat.living) 어떤가, 괜찮지 않나? 다음번엔 유니키스트엣홈(uniquist @home) 대표로 인터뷰를 부탁한다. (웃음)

지난 7월 일러스트 페어 때 제작했던 유리컵
지난 7월 일러스트 페어 때 제작했던 유리컵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해 침대에 쓰러지더라도 예쁜 베갯잇을 보는 순간, 피로가 한 방울이라도 가실 수 있다면 그 삶은 기꺼이 예술이 있노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혼밥하더라도 나만을 위해 아름다운 접시를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 인생 역시 예술을 품었노라 끄덕일 수 있다.

유니키스트는 말한다. 일상에 활력을 넣어주고 삶에 윤택함을 얹어주는 것이 예술이 할 일이라면 이제 예술은 '보고 감상하는' 단계를 넘어 쓰고 만지는 일상에 '필요를 더하는' 수준으로까지 넓어져야 한다고.

일상과 예술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는 지금 '그림 그리는 작가'에서 '그림도 그리는 제작자'로서 길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행보를 막 시작하려는 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유니키스트 홈페이지 www.uniquist.kr / 인스타그램 @uniquis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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