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행사에서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이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상소리를 해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런 굴욕은 문재인 정부가 초래했다. 대북 제재 때문에 우리 기업인들이 북한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이들을 데리고 갔다. 실질적 결정권을 쥔 기업 총수들을 데려오라는 북한의 요구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이는 북한에 남한 기업의 북한 투자라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그는 리선권이 막말을 한 데 대해 “북측에서는 남북 관계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게 있다”고 해명했다. 리선권의 막말은 이런 잘못된 신호가 낳은 결과다. 남한 기업의 북한 투자를 기대했으나 안 되자 화풀이를 한 것이다.
문 정부가 국내 기업 총수들을 데려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 기업 총수들이 받은 모욕은 남한 국민 전체의 모욕이기도 하다.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에 단돈 1달러도 투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업 총수들을 데려간 청와대가 책임져야 한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우리 기업인들이 막말을 들은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문 정부의 저자세다. 조명균 장관은 29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그런 사실을 보고받았느냐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답변했다. 즉 보고받고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는 얘기다. 과연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저자세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조 장관은 지난 15일 고위급회담 당시 리선권에게 “말씀 주신 대로 역지사지하겠다”며 상관 대하듯 했다. 10·4 공동선언 11주년 평양 축하행사 때는 “시계도 주인을 닮아서…”라는 리선권의 힐난에 아무런 대꾸도 못 했다. 이런 굴욕적 광경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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