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에 갖은 수당과 복지혜택
재벌 노조는 '갑 중의 갑, 무궁화 갑'
'갑에게는 절대 불관용' 국정 원칙을
노동계 적용하는 여권 용기에 박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월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조라고 해서 과거처럼 약자일 수는 없으며,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 뒤 민노총은 "노조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무지하고 오만한 말"이라고 맞받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13일에도 국회에서 민노총에 대해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갔다. "한국지엠 노조가 카젬 사장을 감금했는데 미국에서는 그러면 테러"라고 지적했고, 민노총에 대해서는 "말이 안 통한다"고 일갈했다.
여권 최고위 인사들의 일련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어떤 이는 "할 말 용기 있게 잘 했다, 시원하다" 하고, 어떤 사람은 "겁이 없네? 배은망덕하다"고 한다. 2016년 총선, 지난해 대통령선거, 올해 지방선거, 3년 연속 여권에 표를 몰아준 노조로서는 섭섭하겠지만, "노조가 청구서를 내민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그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여권 인사들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새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노동계에 정부 여당도 서운한 게 많았을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반대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거부 ▷한국지엠 노조의 외국인 대표 감금 ▷고용 세습을 지적한 여당 원내대표 고발 등. 그러나 아무리 감정이 쌓였다 해도, 거대 조직인 민노총을 건드리려면 여권으로서는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선거 때 노동계가 등을 돌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1년 반 동안 선거가 없으니 한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만일 이런 얄팍한 계산의 결과라면 여권의 발언은 지속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다.
반면에 여권이 '이제는 노조의 족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이 아니라, 한두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지형이 왼쪽으로 몇 클릭 정도는 이동했고 그래서 노조의 몰표 아니라도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그래서 노동계 특히 민노총과 크게 한판 붙어도 정권 재창출 가능하다, 이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자신감일 수 있다.
노조는 원래 약자들의 모임이고, 그래서 힘을 모아야 한다. 노조의 제1강령은 '안으로 단결, 밖으로 연대'이다. 1980년대 폴란드 민주화를 주도한 자유노조는 이름부터 '솔리대리티' 즉 '연대'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 공기업, 금융 노조, 그리고 그들이 중심이 된 민노총은 협력업체 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취업 준비생과의 연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말마따나 이미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서일까?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자. 지주-마름-소작농의 전근대적 농경 사회의 완전한 재판(再版)이다. 재벌이 지주, 대기업·공기업 노조는 마름, 협력업체 직원·비정규직은 힘없고 가난한 소작, 취업 준비생은 소작도 떼어 받지 못한 떠돌이 유민이다. 현대판 소작은 험한 일, 위험한 일 도맡지만, 원룸 신세를 벗어날 길 없다.
현대판 마름은 고액 연봉에 갖은 수당, 온갖 복지 혜택을 누리면서, 소작 착취에 단단히 한몫한다. 탈법, 불법적으로 마름질을 세습하며 떠돌이 유민들이 마을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한다. 예로부터 지주보다 마름이 더 밉다고 했다. 21세기 마름은 입으로는 재벌 개혁을 부르짖으며 실제로는 재벌 권력에 철저히 기생한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말마따나, 노조는 이미 우리 사회의 약자가 아니다. 약자는커녕 '갑 중의 갑, 무궁화 갑'이다. 사실 집권당과 제1야당 원내대표 모두 노조 출신이니, 노동계가 기세등등할 만도 하다. '갑에게는 절대 불관용'의 국정 원칙을 노동계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정부 여권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강자에 관대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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