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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무례한 관객, 배려없는 위험한 도발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지난주 대구의 한 소극장에 공연을 보러갔다. 기대 이상으로 공연의 흐름, 구성, 내용이 좋았다. 함께 공연을 관람하러 갔던 친구도 아주 만족해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앞에 여자 분이 공연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 까지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촬영을 했다. 맨 뒷좌석에 앉은 나는 처음에는 '공연 중 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분은 얼른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앞쪽에 있는 두 명의 관객이 또 핸드폰을 꺼내서 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더니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었던 그 분도 다른 사람도 하는데 어떠냐는 듯이 다시 핸드폰을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공연 내내 앞에서 나오는 세 개의 환한 핸드폰 불빛에 눈이 부셔가며 무대를 바라봐야만 했다.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공연 사전에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금하며 소극장 특성상 진동도 아닌 핸드폰을 꺼 달라는 제작진의 당부가 없었다고 한들 공연 1시간 내내 핸드폰으로 촬영을 한다는 것은 공연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요즘 여러 공연장에서 이런 일이 참 드문데 그 드문 일이 눈 앞에서 일어났다.

몇년 전 서울의 대형극장에서 공연을 보러 갔을 때였다. 앞줄에 앉은 관객 한 명이 공연 도중 의자 등판에서 등을 뗀 채, 몸을 앞쪽으로 숙여 공연을 봤다. 완전히 공연에 몰입된 모습이었다. 바로 그 때, 안내도우미가 달려오더니 그 관객의 자세에 주의를 줬다. 등판을 좌석에 기대어 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왜 저런 것까지 제재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내 이해가 됐다. 무용이나 연극, 뮤지컬 등은 시각적인 것을 특히 중요시하는 장르이다. 중앙에서, 사이드에서, 올려다보는, 내려다보는 것 등 얼마나 좋은 위치에서 관람하는가에 따라 티켓 값은 몇 배의 차이가 날 때도 있다. 일부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사석은 아예 팔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앞사람의 관람 위치가 뒷사람의 관람 시야를 방해한다면 공연 매너에 어긋남은 물론이고, 그 위치에 대해 돈을 지불한 뒷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권리침해를 받은 셈이기도 하다.

요즘은 누구나 핸드폰으로 자유롭고 쉽게 촬영을 할 수 있다. 야외공연 등을 하고 나면 공연자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이들의 핸드폰에 사진과 영상 등이 저장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홍보의 효과도 있지만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는 법이다.

정해진 좌석이 있고 관객의 위치와 공연장의 특성을 고려해서 만든 극장 공연은 이와 다르다. 공연을 보기 위해 지불한 티켓비와 공연장까지 달려온 다른 관객의 시간과 수고도 함께 생각하는 배려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결국 오랜 시간 무대 위의 한 순간을 위해 작품을 만든, 당신을 공연장으로 달려오게 만든 그 공연자를 위한 기본적인 예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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