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한국 야구대표팀 사상 첫 전임 감독으로 선임돼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불과 16개월 만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선 감독은 14일 서울 KBO회관 프레스룸에서 국가대표 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데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또 병역 특례 논란과 관련해 시대의 비판에 둔감했던 점을 재차 사과하면서도 "선수 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시절 '국보급 투수'로 맹활약한 선 감독은 2005년 삼성 라이온즈의 제12대 감독으로 부임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삼성의 2005년,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아울러 국가대표팀 투수 코치로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5년 프리미어 12, 2017년 WBC에 참가하며 국제대회 경험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한국 야구대표팀의 사상 첫 전임 감독에 취임했다.
그러나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선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일부 선수들의 병역 기피 논란과 함께 대표팀 선수 발탁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선 감독은 이 일로 지난달 1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갔고, 야구대표팀 병역 논란에 홀로 맞서는 신세가 됐다. 당시 손 의원은 선 감독에게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 하라. 선 감독 때문에 프로야구 관객이 20%나 줄었다"며 다그쳤다.
정운찬 KBO 총재도 이후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했으나 궁지에 몰린 선 감독에게 전혀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정 총재는 전임 감독제 필요성에 대해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필요치 않다"고 대답, 선 감독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정 총재는 선 감독의 사퇴를 만류했으나 끝내 그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총재와 저, KBO 전 직원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총재가 선 감독을 만류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것도 막고, 복도까지 나와 선 감독에게 '계속 대표팀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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