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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때문에 2, 3교시까지 타격" 가채점 고3교실 혼란

“국어영역 지문 정보량 너무 많아…충격 받을 틈도 없이 논술 준비”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 대구 대건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16일 오전 매일신문에 게재된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 대구 대건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16일 오전 매일신문에 게재된 '수능 가채점 결과로 본 주요 대학·학과 지원 가능 점수'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튿날인 16일 오전, 대구여고 3학년 교실은 시험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 긴장감이 역력했다.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고난도 수능 탓에 충격을 받은 듯 삼삼오오 모여 진지한 얼굴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수능이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최고로 어렵게 나온 국어가 올해 수능의 최대 승부처가 되고, 수학과 영어까지 어렵게 나오면서 학생들은 평소보다 크게 떨어진 가채점 결과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특히 과학·철학이 융합된 우주론 지문 등 난도가 높았던 국어영역을 두고 일부 학생들은 '불국어' '국어 쇼크'라며 혀를 내둘렀다.

대구여고 3학년 신아라 양(자연계열)은 "1교시가 끝나고 '재수생들은 올해 어떡하냐'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국어영역은 지문 정보량이 너무 많은 데다 '우주론' 지문의 경우 문과생에는 생소한 개념이어서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학 가형은 29번, 30번이 많이 접해보지 않은 유형이어서 변별력이 있을 것 같다. 과학탐구영역 생물Ⅰ도 신유형 문제가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이어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영역도 까다로웠다는 의견이다.

이하은 양(인문계열)은 "영어영역은 빈칸 문제가 까다로웠던 것 같고, 특히 42번 문제가 신유형이어서 등급을 가를 것 같다"며 "친구들끼리는 EBS에서 많이 연계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또 "수학 나형은 6월,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사회탐구영역은 올해도 과목별로 만점인 1등급이 많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의 다른 고교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채점을 마친 학생들이 풀이 죽은 채 수능 답안지와 배치기준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들과 모여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던 한 학생은 "국어영역이 너무 어려워 시간분배를 잘못하고 결국 찍었다는 친구들이 많다"며 "몇몇 친구들은 충격을 받을 틈도 없이 논술, 면접을 준비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국어에서 받은 긴장감과 충격의 여파가 다른 과목에까지 이어져 평소 모의고사 점수보다 10점 이상 떨어진 경우가 많다"며 "상위권 학생 사이에서도 예년보다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출제된 시험이 오히려 변별력을 갖춰 지원 계획 수립에 수월할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대구 자사고의 고3 담임교사는 "국어에서 평소와 비슷한 점수가 나온 최상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표준점수가 높아져 유리해졌다"며 "상위권 학생 중에도 실력을 갖춘 학생들은 어려운 시험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부터 중앙대, 서울시립대, 포항공대 등 전국 주요 대학에서 수시모집 발표가 나면서 고3 교실에서는 학생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합격을 확인한 학생은 복도로 달려나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반면 불합격한 학생에게는 교사가 위로를 건네며 남은 수시모집에 최선을 다하자며 다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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