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의탁해 사는 우리는 추위와 가난을 견디고 이겨 내어야 했다.
11월은 모든 것이 나무색으로 검어지고 사유의 시간은 고독한 바위가 된다.

산 길에 쌓이는 솔가리를 모아다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굴뚝에 저녁 연기가 뭉글뭉글 구름처럼 피어 올랐다. 겨울 안거가 시작되고 미뤄둔 숙제와 약속을 지킨 홀가분함 때문일끼? 나그네의 숙소를 정비하고 산중생활의 겨울 준비를 했다.
보일러 방을 해체해서 아궁이가 있는 온돌방을 만들었다.
어느 때 누군가 불편하고 그럴 듯 했는지 멋 없는 기름보일러가 놓여져 있었다. 흰개미에 부식된 삼성각 해체 불사가 마무리 되어서 미장일과 흙벽을 수리하고 담장을 축성하는 한 씨와 박 씨 노인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한조가 되어 문화재 보수 전문 장인으로써 40년 동안 일을 하는 베테랑들 이었다.
작업은 네 사람이 작업복과 마스크를 쓰고 흙먼지 속에서도 능숙하게 진행되었다. 먼저 비닐장판과 시멘트바닥을 걷어내는 공정이 용이 하지 않았다. PVC관과 깨진 돌을 제거하니 옛날 구들이 온전하게 잘 보전되어 있었다. 망가진 구들과 받침돌을 정리하고 그 위에 새 흙을 두텁게 깔았다. 흙을 펴고 다진 다음 긴 자로 수평을 맞췄다. 황토흙을 얼기미로 걸어내서 물과 섞어 몰탈을 바르니 완벽한 온돌방이 되었다. 없어진 굴뚝도 옛 방식되로 큰 돌 위에 흙과 기와로 켜켜이 시루떡처럼 키 높이로 쌓았다.
새집에 좋은 그림을 걸어두면 그대로 부적이 된다. 편안하고 텅빈 작은방은 어머니처럼 나를 태어나게 한다. 문을 열고 가만히 그 방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해진다. 아궁이가 있는 흙방은 신비롭다.
한 겨울에 아랫목이 철철 끓도록 장작을 지피고 자리에 누우면 따뜻한 열기에 편안하고 새벽녘이면 따스한 정도로 식어버린다.
봄날의 화려한 꽃들도 여름의 무성한 나뭇잎이, 가을에 단풍되어 사라지고, 하얀 눈 펑펑 내리는 날은 아궁이가 친구가 된다. 청산도, 바람도, 구름도, 새소리도,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어두워지면 그림자는 산을 감추고 집과 마당을 애워싸며 아궁이에 저녁기도가 내린다.
존재하라!
풍성하고 온유하게 덜 갖고도 많이 존재하고, 더 겸손하게 작은 마음으로 기쁨을 유지하라.
문명의 잡다한 기계로부터 장치로부터 하루 한 순간이라도 홀로 있는 시간을 만끽하라.
그리고"살아 숨 쉬는 모든 이웃들은 모두 행복하고 안락하라."이 보다 더 큰 기도는 없을 것이다. 기도는 아침으로 하루를 열고 저녁으로 하루의 빗장을 닫는다.
누구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간절한 기도는 종교적인 의식이나 형식보다 먼저이다. 간절할 때 기도는 침묵이 된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 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마음에 여름날의 따뜻함을 간직하라."
임제록에 "살 때는 삶에 철저해서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서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
나는 여기 있다. 두려움도 외로움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다. 여름 그 뜨거웠던 기억과 빛났던 마음은 지금은 어디에 머물었을지?
11월은 모든 것이 사라진 달이 아니다. 계절과 시간은 숫자로 표시 할 수 없다.'작은 기도는 위대한 마음이다. 위대한 성취는 사소한 그 무엇이다.'
청련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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