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 간 경북의 한 교육지원청 산하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장애아동을 돌봐온 A씨는 지난해 2월 계약 만료를 통보받았다. 해당 교육지원청이 계약직 교원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2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한 탓이다.
사실상 해고통보를 받은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대구지법 서부지원 민사재판부에 소장을 냈으나 1심에서 패했다.
황당한 상황은 항소심 재판을 맡은 대구고법 민사재판부에서 발생했다. 올 1월 항소장을 접수한 대구고법은 지난 5월 2일 첫 변론기일을 잡더니 한 달 뒤 사건을 대구지법 행정부로 이송했다. 행정부 관할 사건을 민사부에서 받았으니 행정부에서 다시 재판을 받으라는 결론이었다.
재판부는 "1심 법원이 이번 사건을 민사소송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전속관할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의 채용계약은 공법상 근로계약에 해당하므로 행정소송법상 당사자 소송절차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단 착오로 똑같은 재판을 한 번 더 치른 A씨는 지난 16일 대구지법 행정부에서도 패소하고 말았다. 재판 절차상의 문제로 1년 가까이 허비한 셈이다.
법원의 실수로 재판이 지연된 사례는 지난 3년여간 대구경북에서만 70건이 넘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대구경북 각급 법원이 재배당한 사건은 모두 856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법원의 착오로 사건 배당이 잘못된 경우가 77건이었다. 전체 재배당 사건 10건 중 1건은 법원의 실수였다.
그러나 법 전문가들은 민사와 행정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민사와 행정은 개별 사안에 따라서 관할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서다.
대법원도 처음에는 민사소송 대상으로 판단한 사건을 행정소송 사건으로 변경하는 등 학설과 판례도 오락가락이다. 실제 대구고법 재판부는 해당사건을 파기이송하면서 내부적으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태섭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를 준비하면서 착오로 인해 두 번 재판을 받는 사례가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며 "결국 법원 스스로 신중한 판단을 통해 실수를 줄여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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