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신당 창당설? TK 의원들 "근거 없는 소리"

홍문종 "비박 지도부 탄생하면 TK 자민련 나올 것"
TK 정치권 "가능성 없는 소리"

차기 총선을 약 1년 4개월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설'과 함께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 '친박(친 박근혜) 신당 창당설'이 나돌고 있다. 최근 친박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TK 신당 창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소문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한국당 내 TK 의원들은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실제 창당으로 이어지더라도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K 신당설, 근원은 '박근혜 사면설'
5일 서울에 본사를 둔 한 언론사는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인터뷰에서 "복당파가 당을 접수하고 전면에 나서는 등의 계기가 만들어지면 TK 자민련은 언제든지 만들어질 거다. 그게 친박연대가 될지 탄핵 반대당이 될지 모르지만, 의원 20~30명은 참여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홍 의원은 "친박 신당이 실제로 생길까"라는 질문에 "여러 여건으로 힘들지만 결국에는 생긴다고 본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또한 "다음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 중 절반 정도가 탈락할 거다. 탈락해도 모두 출마할 텐데 명분이 필요하다. TK에선 배신자론, 의리론이 여전히 먹힌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내년 2월 말 예정인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비박(비박근혜) 지도부가 탄생하면 TK를 중심으로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을 앞세워 새로운 당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TK 신당설은 '박 전 대통령 내년 8월 사면설'이 시발점이다. 여기에는 여권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보수 분열의 카드로 쓸 것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이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총선 승리를 장담못하는 여권이 충분히 만지작거릴만한 패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비박계와 계파 갈등을 벌이는 친박계 입장에서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 친박 유권자 표심을 얻고자 박 전 대통령 재평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보태졌다.

◆TK 정치권, "홍문종 개인 바람 아닌가"

TK 한국당 의원들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4선의 주호영 의원은 "홍 의원 개인의 바람이 아닌가 싶다.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 'TK 신당'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고, 3선의 강석호 의원도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가능성 없는 이야기다"고 선을 그었다.

곽대훈 대구시당위원장도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당이 화합해서 앞으로 나갈 수 있을지 궁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광림 의원도 "홍 의원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도 "들은 바도 없고, 현 상황에서 언급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평했다.

지난 10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지어 박명재 의원은 "코멘트할 가치도 없다"며 다른 TK 의원들보다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홍 의원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려고 애쓰는 지금 계파 갈등을 조장하는 이러한 이야기는 당의 발전, 통합과 화합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적절치 않은 이야기다"고 꼬집었다.

'TK 친박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지난 2000년 민주국민당(민국당) 창당 당시와 비슷한 점이 많은 만큼 TK 정치권이 앞선 실패 사례를 답습할 리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국당은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당내 중진급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키는데 반발하며 탄생했다. 고(故) 김윤환 전 의원이 주도한 민국당은 당시 박찬종 전 의원, 한승수 전 경제부총리, 조순·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 인사가 참여했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1석, 전국구 국회의원(지금의 비례대표) 1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며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홍 의원 말대로 'TK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당내 경쟁 구도에서 밀려난 사람끼리 모인 것에 불과하다는 '패잔병' 이미지가 생긴다. 그러한 이미지로는 선거에서 거대 양당 구도를 뚫고 나가기 힘들다"고 했다.

◆"친박 당은 가능성 있어"

반면 TK 기반 신당은 아니어도 친박 신당은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당장은 가능성이 작지만 차기 총선에서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고, 이 경우 과거 친박연대식 신당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친박연대는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이 만든 정당이다. 총선 한 달 전 급조된 정당이었음에도 거대 양당에 이어 지지율 3위를 기록했다. 지역구 6석을 비롯해 총 14석을 얻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친박 의원들은 독자 창당할 시간이 없자 '개점휴업' 상태인 미래한국당에 집단으로 입당해 당명을 친박연대로 바꿔버렸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의원 인터뷰를 곱씹어 보면 친박계 스스로 '폐족' 임을 자인한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해도 공천학살에 수긍하고 집으로 돌아갈 정치인이 누가 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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