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범죄'…처벌·단속 기준 강화돼도 숙지지 않는 음주운전

이달 들어 음주운전사고 26건 발생…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10일 오전 2시 46분쯤 대구 달서구 장기동 중부내륙고속도로 남대구나들목 인근에서 A(27) 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방음벽 등을 들이받고 불이 났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20%였다. 대구 강서소방서 제공

#10일 오전 2시 46분쯤 대구 달서구 장기동 남대구나들목 인근. 자동차 전용도로를 질주하던 승용차가 굉음과 함께 방음벽을 들이받았다. 휘청이던 차량은 방음벽을 스치며 150m를 더 달렸고, 다시 도로 옹벽에 부딪힌 뒤에야 멈춰섰다.

차량 안에서 운전자 A(27) 씨가 간신히 빠져나오자마자 엔진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차량 전체를 태워 1천5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피해를 낸 뒤 20분 만에 꺼졌다. 이날 사고의 주 원인은 음주운전이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120%로 측정됐다.

#지난 1일 오전 3시쯤 달서구 신당네거리 인근에서 한바탕 도주극이 벌어졌다. 당시 B(29)씨의 차량은 왕복 8차로 중 2, 3차로에 걸쳐 역방향으로 멈춰서 있었다. 이 모습을 본 한 시민이 B씨에게 다가가 음주운전 여부를 묻자, B씨는 이 시민을 차로 친 뒤 계명대 동문 방향으로 달아났고, 차량 6대와 더 부딪힌 뒤에야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0.1%) 기준을 훌쩍 넘은 0.176%에 이르렀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형량을 늘리고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지만, 술에 취한 운전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0일 현재 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1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친 것에 비하면 올해는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는 33명으로 인명 피해는 줄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사회적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는데도 음주운전은 여전한 셈이다.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여전히 연평균 1천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대구의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2015년 1천119건에서 2016년 929건, 지난해 883건 등으로 연평균 7.2% 가량 감소했다. 음주운전 사망자도 2015년 22명, 지난해 18명, 올 들어 11명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절대 운전을 해선 안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돼야 한다. '음주운전은 범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2회 위반에서 1회 위반으로 강화하고, 음주운전 적발 기준도 혈중알코올농도 최저 0.05%에서 0.03%로 낮췄다. 면허 취소 수치도 기존의 0.1%에서 0.08%로 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