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랬다. 단, 유니폼을 입으면 예외다. 얼굴을 지워버리는 마법이다. 단발머리, 교련복, 적십자가 새겨진 삼각형 흰색 스카프에 이어 가방과 신발에 이른다. '통일성'이란 말, 여기에 딱이다.

1976년이다. 학생 동원 행사가 유독 많았다. 교복이 있었음에도 으레 교련복을 입었다. 교련시간이 있는 날엔 당연히 교련복을 입었다.
이계향(83·안동시 신세동) 할머니가 '2018년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옛 사진 공모전'에내놓았던 사진이다. 딸 김미남(사진 가운데·60) 씨의 안동 경안여상 1학년 시절이다. 현재 영덕에 살고 있는 김 씨는 이 사진을 43년 만에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해냈다. 1959년생 돼지띠, 같은 반 친구들이었다.
"누가 찍었는지 기억나진 않아요. 고 1때 하굣길 같아요. 어머나~"
덩치에 비해 가방이 제법 불룩하다. 교과서 5~6권, 공책, 상업학교의 무기나 마찬가지였던 주판, 절대로 빠져선 안 될 도시락이 가방 안에 모두 들어갔다.
어깨에 메는 가방이 없어 아쉬운 정도였다. 덩치가 작은 학생에게 다소 불편해보인다. 등골브레이커 명품 교복이나 다운점퍼, 패딩은 없다. 교복의 짝은 검정구두, 교련복의 짝은 운동화다. 맨 오른쪽 학생은 바꿔 신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와중에 멋스럽다.
통일성의 정점은 머리 모양이다. 헤어스타일로 학년도 구분할 수 있었다. 김 씨가 고교 1학년 때였음을 확신한 근거는 '귀밑 2센티' 단발머리였다. 2학년은 머리카락을 묶을 수 있었고, 3학년은 땋을 수 있었다고 한다.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댓글 많은 뉴스
'내편은 묻지마 사면, 니편은 묻지마 구속(?)'…정권 바뀐 씁쓸한 현실
'우리 꿈 빼앗겼다' 입시비리 조국 사면에 수험생·학부모·2030 분노 표출
김건희 구속·국힘 당사 압수수색…무자비한 특검 앞 무기력 野
유승준 "사면? 원치 않아…한국서 돈 벌고 싶은 생각도 없다"
김문수, 당사서 '무기한 농성' 돌입…"무도한 압수수색 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