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 주택가·원룸촌, 귀해진 세입자에 중개수수료 웃돈 요구 기승

경북대 주변 원룸촌 특히 극심, 100만원 가까운 금액 부르기도
"빈방 두느니 수수료 내자" 울며 겨자먹기…불이익 걱정 돼 신고도 꺼려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다가구주택을 월세로 내놓은 박모(59) 씨는 얼마전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넉 달동안 월세가 나가지 않아 찾아간 또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추가 수수료 40만원을 요구한 것. 박 씨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차에 수수료를 더 내면 다른 임대주보다 먼저 세입자를 구해주겠다고 제안해 솔깃했다"면서 "하지만 고민 끝에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도심 주택가 빈 집이 증가하고 세입자가 귀해지면서 중개수수료에 웃돈을 요구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대학가 원룸촌 등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지역은 피해가 적잖지만 불이익을 염려한 임대주들이 신고를 꺼려 단속도 어려운 형편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거래형태와 금액에 따라 중개수수료 요율 상한과 한도가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달 서구에서는 법정 상한수수료가 26만원인 거래에서 36만원을 수수한 부동산중개업자가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해 10월 달서구에서도 54만4천원이 상한수수료인 계약에서 200만원을 수수한 부동산중개업자가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대학가 원룸촌은 '웃돈 없인 거래가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경북대 인근 원룸 임대주 A씨는 "요즘 임대업자가 부동산에 약속하는 웃돈이 기본 40만원인데 이 정도로는 방을 보러 오지도 않는다. 골목 안에 있거나 오래된 집은 100만원씩 웃돈을 줘야 거래를 성사시켜 준다"고 푸념했다.

다른 임대주는 "거래도 많고 웃돈 장사가 잘 되다보니 학기 초에는 외지에서 온 중개인들이 학생들을 차로 태워 다니며 치열하게 호객행위를 할 정도"라며 "한 집에 오래 있는 학생들에 먼저 연락해 월세를 지원해줄테니 다른 곳으로 옮겨가라고 하는 일도 종종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견디다 못한 경북대 주변 임대주들은 최근 '착한 원룸 연합회'를 만들고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임차인과 '직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웃돈 요구가 일상화돼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현행법상 중개수수료를 초과 수수할 경우 가볍게는 업무정지 3~6개월에서 등록취소 및 3년간 재개업 불가 조치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실제 행정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임대주가 중개업자와 관계가 틀어지면 불이익을 받을 걸 우려하는 탓이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부당한 수수료를 요구받았다는 제보는 많지만 업소나 거래금액조차 밝히지 않으면 조사하기 어렵다. 송금내역 등 증빙자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조사해 처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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