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이 공식화하면서 대구은행이 또다시 내분에 빠져들고 있다.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은행장 추천 후보 중 적임자가 없다"며 김 회장을 은행장 후보자로 낙점해 겸직을 기정사실화했다. 아직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의결과 주총 승인 등 절차가 남아 있으나 이전처럼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 체제로 되돌리면서 그룹 경영 정상화와 쇄신 행보가 더뎌지는, 새 불씨로 떠올랐다.
채용 비리 등 일련의 DGB 사태에서 보듯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은 대구은행을 난파 위기로 내몬 주된 원인이다.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다 보니 인사 등 부작용이 커지고 급기야 그룹 시스템이 망가지는 비극을 부른 것이다. 그런데도 조해녕 의장 등 금융지주 이사회와 김태오 회장은 효과적인 위기 수습을 이유로 겸직 카드를 굳히고 반대 여론에 맞서 명분 쌓기에 골몰 중이다.
주목할 것은 김태오 회장의 겸직 분리 약속이다. 김 회장은 취임 후 겸직 해소를 공언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약속을 뒤집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지주에 권한을 집중한 데 이어 금융지주 이사회와 손잡고 과거 겸직 체제로 되돌리려는 것은 또 다른 독단이자 DGB 쇄신을 바라는 지역민에 대한 배신이다. 대구은행은 특정 정치세력과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향토의 숱한 기업인과 시민이 50년을 함께 일궈낸 지역 대표 기업이다.
은행장 후보들 역량과 자질이 눈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 정서와 지역민 기대만큼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강점도 있다. 김태오 회장이 겸직하면서 은행장 후보를 키워 자리를 물려준다는데 그의 능력 또한 검증된 바 없다. 쇄신에 역행하는 미봉책도 안 되지만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욕심으로 불신과 오해를 키울 때가 아니다.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쇄신을 위해서라도 겸직 분리를 빨리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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