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재 우회하면서까지 개성공단 재가동 안달하는 문 정부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제2094호)의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 대북 유입 금지 조항을 우회해 북한 근로자 임금을 쌀 등 현물로 지급하는 방법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11일 한 강연에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 봐야 할 것"이라며 이를 시사했다. 왜 이런 꼼수까지 동원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안달하는지 모르겠다.

그 이유는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믿음일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 나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이 아니라 대북 제재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믿음'은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에 불과하다.

개성공단 재가동의 전제 조건은 북한 비핵화다. 그러나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다. 이는 지금 문 정부가 할 일은 개성공단 재가동이 아니라 비핵화 진전에 진력하는 것임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앞장서 대북 제재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재가동을 위해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것은 대북 제재 전선에 스스로 구멍을 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가동은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어떤 우회로를 택하든 재가동 자체가 대북 합작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의 위반이다. 재가동하려면 유엔 안보리의 '포괄적 제재 예외 인정'이 필요한데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재가동은 대북 제재 대오의 균열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한과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했다. 전혀 아니다. 북한과 풀어야 할 과제는 북한 비핵화이고, 이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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