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새해 벽두부터 경제는 비상등, 정책은 불변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호황 누리던 세계경제 하강 국면

한국 수출증가율 더 낮아질 전망

文대통령 경제 인식은 정책 고수

기업경영권·일자리 창출 더 불안

새해 벽두부터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투자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소비도 둔화돼 수출, 특히 반도체에 의존해 겨우 지탱해왔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은 연초 열흘 동안 27.2%나 급락했다. 정부는 삼성, SK하이닉스 임원들을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시장 동향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가격이 올해 최대 30%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석유화학 수출도 26.5% 감소했다. 그 결과 수출증가율은 작년 12월 -1.2%에서 1월 중 -7.5%로 급락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호황을 지속하던 세계 경제도 새해부터는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미중 통상 분쟁, 미국 셧다운 장기화, 영국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신흥시장국 위기 가능성 등으로 성장률이 상당 폭 낮아질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호황이던 작년에도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1%포인트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나 홀로 추락했다. 그런데 새해부터 세계 경제마저 큰 폭으로 둔화될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해 수출증가율이 작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 통상임금 문제도 불거지고 근로시간 단축, 강성 노조 파업도 줄줄이 예고돼 일자리 참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자리 참사와 가계부채 악화는 민간소비를 크게 둔화시킬 것이다. 설비 투자도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과도한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건설 투자도 큰 폭의 마이너스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처럼 수출, 소비, 투자가 모두 부진해 올해 성장률은 2% 초반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통화 환수에 따른 신흥시장국 위기가 발생하고 1997년, 2008년처럼 한국에 감염될 경우 2% 유지도 힘든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도 있다.

이런데도 지난 10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대기업 수출은 낙수 효과가 없고 한국 경제는 1대 99 승자독식 경제이며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로 낙인찍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이 어떻게 주장되는지 아연할 뿐이다. 16.4%라는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자영업 몰락과 고용 참사를 두고는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있지만 이는 자동화, 무인화, 온라인소비 등 달라진 산업구조와 소비행태가 가져온 일자리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으로 오히려 사람중심 경제의 필요성이 더욱 강하다고 주장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참담한 실패에도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통령은 해법으로 포용적 성장을 제시하고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를 강조했다. 혁신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상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대표 소송제도 도입이다. 다중대표 소송제도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둘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들에게 이사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부여하고 한 명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은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임토록 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제도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제도다. 30대 기업 중 19대 기업 감사위원을 투기자본이 싹쓸이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상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경영권이 심각하게 불안정해져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밀어붙일 태세다.

경제는 새해 벽두부터 비상등인데 정책 전환은커녕 기업 압박만 높이고 있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맬 청년들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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