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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복덩이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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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 교실 주임교수

박용욱 신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 교실 주임교수
박용욱 신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 교실 주임교수

남의 실패가 내 기쁨이 되는 고약한 심리는 소인배의 전유물이 아닌가 보다.

이 비틀린 마음은 독일어에도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손해를 뜻하는 '샤덴'과 기쁨을 뜻하는 '프로이데'가 결합된 이 말은 각국 언어로 번역되거나 그대로 옮겨져서 '고소함'의 심리가 가히 전 지구적인 것임을 드러낸다.

불어로 joie maligne(사악한 기쁨), 덴마크어로 Skadefryd, 저 멀리 파푸아 뉴기니어로는 Banbanam라 하는데, 고대 그리스어에도 ΕΠιχαιρεκακια(누군가의 치욕에서 얻는 기쁨)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심리가 시공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본원적 감정의 하나라고 봐도 될 듯하다.

하기야 미인의 성형 전 사진을 굳이 찾아내거나 근엄한 정치인의 뒤를 캐는 재미, 아니면 존경받는 누군가의 이면을 폭로하는 재미가 어찌 우리 사회에만 국한되겠는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도 그런 낙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샤덴프로이데는 과학계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2009년 교토대 다카하시 히데히코 교수팀은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는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통해 들여다보았는데, 희한하게도 '잘나가던' 타인의 추락을 볼 때 보상이나 기쁨 등과 관련 있는 뇌의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가 활성화되더란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연구팀이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표정 변화를 살핀 결과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자기 팀이 골 넣을 때보다 상대 팀이 헛발질을 할 때 더 쉽게, 그리고 더 시원하게 웃었던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우월해 보이는 경쟁자의 몰락을 통해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진화의 산물이라고 본다. 달리 말하자면, 삶을 바라보는 기본 틀이 경쟁 구도에 있는 한, 인간은 샤덴프로이데의 씁쓸한 현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 쓰러져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복을 비는 일을 표리부동 혹은 위선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을 터이다. 같은 맥락에서 설 명절에 모인 사람들이 덕담과 아울러 누군가의 실패담을 입에 올리는 모습도 영 마뜩하지 않다.

성경에서 복을 한껏 누린 사람이라면 성모 마리아를 들 수 있다. 오죽하면 마리아에게 나타난 천사의 인사말이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루가 1, 28)였겠는가. 그런데 은총을 가득 받은 이의 삶은 오늘의 기준으로 차라리 저주받은 삶에 가까웠다.

혼전 임신에 사별에 외아들의 처형까지, 기구하기 짝이 없는 인생을 어찌하여 성경은 은총이 가득한 삶, 복된 삶이라 부를까? 그것은 그의 삶이 모든 이의 구원이라는 대역사를 이루는데 쓰이기 때문이다. 정녕 복된 삶이란 누군가를 거꾸러뜨린 자리에 홀로 우뚝 서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서 복이 퍼져나가는데 있다는 것이 성경의 통찰이다. 하여 설을 보내며 다시 덕담을 드린다. 여러분이 머무는 곳마다 복을 나눠 주는 복덩이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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