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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저출산 대책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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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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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7명일 것으로 예측됐다. 합계출산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통계조사 이래 처음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 것인데,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통계청은 합계출산율 급락으로 총인구 감소 시점도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2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 명목으로 쓴 예산은 150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졌다.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학자금 등등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을 강구해야겠지만, 저출산 대책에만 매달릴 때는 이미 지났다. 이제부터는 저출산과 총인구 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인구 감소, 특히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시대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산업화와 함께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것은 인구의 힘이었다. 인구 증가 덕분에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고, 생산과 소비가 늘어난 덕분에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풍요 덕분에 인구가 더 늘어나는 식이었다. 전쟁으로 치자면 소총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손가락(인구)이 늘어난 덕분에 전쟁에 이겼고, 전쟁에 이긴 덕분에 풍요를 확보하는 식이었다.

소총으로 전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적어도 한국이나 유럽연합, 일본, 호주, 미국 등 선진국은 사람 숫자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구 증가에 기준을 두고 정책을 짠다.

일자리를 예로 들자면 1천만원을 들여 삽 1천 개를 장만하고 1천 명에게 삽질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1천만원을 들여 일자리를 1천 개나 만들었으니 대단한 성과를 낸 것 같지만, 시대착오적이다. 1천만원을 들여 굴삭기 1대를 장만하고, 1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시대에 부합하는 대응이다.

육체노동 의존성이 높은 일자리일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보상도 낮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넘쳐나는데도 젊은이들이 그 일을 마다하는 것은 생산성이 낮고, 보상도 낮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난히 낮은 것도 고학력에 따른 기대 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굴삭기 면허를 따라고 공부시켜 놓고 손에 삽을 쥐어 주니 취업도 출산도 무너지는 거다.

시군 단위 지방정부의 대응도 적절치 않다. 고향이 소멸될지 모른다며 타 지역 사람을 끌어오느라 온갖 유인책을 제시하고, 출산장려금을 퍼부을 때가 아니다. 상주인구 늘리기에 힘쓰는 편보다, 우리 고장에서 돈을 벌고, 우리 고장에서 돈을 쓰는 유동 인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낫다. 나아가 1만 명 주민이 100억원을 벌기보다 1천 명 주민이 100억원을 버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미래지향적이다. 삽질하는 주민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굴삭기 운전하는 주민을 늘리지 못함을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대책에 매달려 밑 빠진 독에 물 쏟아부어 될 일이 아니다. 출산 촉진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의 청년 세대들은 본인들의 삶을 가꾸기 위해 살지, 후세를 위해 살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 한 명에게 현금 얼마씩 퍼준다고 출산이 늘어날 리 없다. 인구 감소 혹은 현상 유지를 전제로 정책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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