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당의 잇단 자충수…이렇게 정신 못 차려서야 미래 있나

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들의 잇단 자충수로 사면초가 상태다. 일부 의원들이 5·18 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당 대표 경선에서 당권 주자 6명이 전당대회 일자 변경을 압박하는 등 비상식적 행태를 보였다. 정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 행위도 아니고, 개인적 신념이나 자기 보신을 위해 추태를 벌이는 꼴이니 국민 눈에 좋게 보일 리 없다.

5·18과 관련해 말썽을 빚은 한국당 의원 3명은 개념 없는 정치인의 전형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를 세금 축내는 괴물집단'으로 매도했고, 이종명 의원은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고, 북한군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SNS에 '5·18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했다.

발언 내용도 문제지만,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한 사안을 두고 공청회를 연 김진태·이종명 의원의 저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당 대표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은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기대하겠지만, 육군 대령 출신인 이종명 의원은 확인도 되지 않은 '북한군 개입설'까지 언급했으니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오죽했으면 보수 세력까지 '자폭' 수준의 발언이라고 한심스러운 눈으로 보겠는가.

당 대표 선출을 둘러싼 말썽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권 주자 6명이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사퇴 및 보이콧을 선언했고, 실제로 홍준표 전 대표는 사퇴했다. 경선 과정에서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말싸움도 지긋지긋하다.

한국당은 언제쯤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뒤 현 정부의 실정으로 지지율이 제법 올랐는데, 이번에 한국당의 민얼굴을 다시 보여줬다. 한국당은 정당의 존재 이유가 당권이 아니라 정권을 잡는데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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