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교부금 통해 기초단체 길들이기?…자율성 저해 우려도

대구시, 경쟁으로 차등 지급하는 ‘상생협력교부금’ 확대… 8개 구·군 “지방분권 역행” 지적

대구시가 기초자치단체에 나눠주던 교부금 가운데 매칭사업 수행실적을 평가해 차등 지급하는 특별조정교부금 비중을 대폭 늘리자 8개 구·군이 반발하고 나섰다. 광역단체가 기초단체를 평가하고 자율성을 저해하는 것은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20일 대구시와 8개 구·군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시범 도입해 올해 초 나눠주기로 한 '상생협력지수평가를 통한 특별교부금'(이하 상생평가교부금) 규모를 10억원에서 내년 100억원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구·군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사업 성과를 높이겠다는 것이 시가 내세우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대구시는 상생협력지수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한 해 동안 기초단체들이 대구시와의 공동(매칭) 사업 15개를 수행한 실적을 평가한 뒤 내달 중 상위 4개 기초단체에 상생평가교부금 10억원을 차등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문제는 올해 대구시가 평가대상 사업수를 10개로 줄이고, 내년 초 지급할 상생평가교부금 규모를 10배 늘리겠다고 구·군에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따른 순위별 액수는 1위 24억5천만원, 2위 20억원, 3위 15억5천만원, 4·5위 22억3천만원, 6~8위 17억7천만원 등으로 계획됐다. 1위와 꼴찌의 교부금 격차가 약 7억원에 달한다.

대구시가 매년 구·군에 지급하던 전체 교부금은 규모는 500억원 안팎이다. 이 중 상생평가교부금 규모가 100억원으로 늘면서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는 예상치 못한 재정 수요 발생 시 지원받을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달성군 등 재원이 넉넉한 곳은 비교적 부담이 덜하지만, 기존에도 열악한 재정 상황에 시달리는 기초단체는 경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시가 기초단체를 줄 세우기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결국 구·군 간 경쟁 심화, 대구시 눈치 보기에 따른 자율성 저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구청 관계자는 "기초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지방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상생평가교부금 비중이 커지면 복지비용 지출 부담이 크거나 세수가 적은 기초단체는 경쟁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해 매년 하위권에 머무르게 된다. 중요한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악순환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커지자 대구시는 특별교부금 총액은 그대로 유지하되 순위별 교부금 격차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구·군의 우려를 전달받고서 상생평가교부금의 순위별 금액차를 줄이기로 했다"며 "상생협력사업 종류가 10개에 이르고, 구·군들이 유리한 사업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특정 기초단체만 매번 교부금을 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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