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을 찾았다는 이메일을 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졌어요. 평생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부모님을 꼭 찾고 싶습니다."
18일 오전 11시 중년 여성 두 명이 손을 꼭 잡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구역 대합실로 들어왔다. 미국에서 온 크리스틴 페넬(Christine Pennell·50) 씨와 벨기에에서 온 킴 해일런(Kim Haelen·48) 씨였다.
이목구비가 꼭 빼닮아 어딜 봐도 자매임을 알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은 47년 만에 처음 만난 사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 해외로 입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평생을 함께 살아온 자매처럼 정다웠다.

어린 시절 각기 다른 나라로 입양됐던 자매가 47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두 사람이 친부모와 헤어진 때는 1971년 말로 추정된다. 2살이던 페넬 씨는 대구 반야월역에서, 태어난 지 두 달쯤 지난 해일런 씨는 대구역 광장에서 각각 발견됐다.
서로 다른 보육원으로 옮겨진 두 사람은 1972년 미국과 벨기에로 입양됐다. 페넬 씨는 미국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해일런 씨는 벨기에 특수교육자로 일하며 가정도 꾸렸다.
하마터면 영영 만나지 못할 뻔했지만, 우연히 받게 된 유전자 검사가 인생을 바꿨다. 지난해 해일런 씨가 신장 수술을 받으려 병원을 찾았다가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이를 공유 사이트 '마이 헤리티지'에 올린 게 계기였다.
마침 페넬 씨도 해당 사이트에 정보를 등록해뒀던 것. 페넬 씨는 "혹시 먼 친척이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등록했는데, '100% 일치 사례가 확인됐다'는 연락을 받고 믿을 수 없어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꼭 닮은 얼굴은 물론, 식성과 취미까지 비슷하다. 이제 두 사람의 꿈은 얼굴조차 모르는 부모님을 찾는 일이다. 한국 이름과 진짜 생일도 알고 싶다고 했다.
페넬 씨는 "부모님도 행여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전혀 화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혹시 우리가 버려졌다고 해도 분명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 고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해외 입양인을 돕는 한미 여성들의 모임 '배냇' 관계자는 "만약 이들 가족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으로 연락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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