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 <3>농사의 재미 찾아가는 '어린이 농부들'

직접 기른 채소가 밥상 위로 "편식이 줄었어요"

'대구 어린이 농부학교'는 도시농업을 즐기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농사의 재미와 가치를 알리고,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2017년 만든 농부학교다. 대구시 교육청 후원(농토 제공)으로 (사)농업으로 가꾸는 시민공동체 회원들이 운영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대상이며, 2018년 어린이농부학교 과정을 마친 어린이는 320여명이다. 3월부터 12월까지 아이들은 평균 1주일에 한번 어린이 농부학교 밭에 나와 씨앗을 뿌리고, 풀을 뽑고, 물과 거름을 주고, 수확을 한다.

◇ 날씨 변화에 세심해지고 편식 줄어

아이들은 농사를 지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농부일지'를 작성한다. 자신이 심은 작물은 무엇이며, 밭에는 한 달 혹은 일주일에 몇 번 갔는지, 수확한 채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가장 재미있었던 일과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인지도 꼼꼼하게 기록한다.

아이들 반응은 방울토마토 따먹기, 고추 따기, 고구마 캐기가 즐거웠다가 다수였다. 의외로 친구들과 함께 채소에 물주기가 재미있었고, 무당벌레를 직접 보는 것이 신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평소 그 만큼 자연과 접할 기회가 적었다는 방증이다.

어린이 농부 고구마 수확
어린이 농부 고구마 수확

2018년 어린이농부학교에서 원생들과 함께 농사를 지은 노경숙 시지아이숲 유치원 원장은 "아이들이 사먹는 방울토마토보다 직접 기른 방울토마토 맛이 훨씬 좋다며 즐거워했다. 채소를 가꾸면서 아이들이 날씨와 계절변화를 세심하게 느끼게 된 점이 큰 보람이었다. 도시 아이들은 대체로 계절변화에 무덤덤한데, 봄에 채소를 심고, 여름에 땀을 흘리고, 선선한 가을 날씨를 접함으로써 얻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수연 전 대구자연누리유치원 원장은 "가장 큰 변화는 채소를 안 먹던 아이들이 자신이 기르고 수확한 감자를 삶아 먹으며 '보들보들하고 맛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며 "평소 채소반찬 먹이기가 힘들였는데, 아이들이 채소를 기르면서 편식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생애 첫 이웃돕기 공동체 의미 생각

10세 안팎의 어린이들은 부모나 선생님의 전적인 보살핌을 받고, 사회로부터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을 돕거나 타인을 배려해 본 경험이 거의 없거나 드물다. 하지만 이곳 어린이농부학교 아이들은 자신들이 기른 채소 일부를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을 위해 내놓았다. 고구마는 간식거리로 배추는 김장거리로 전달한 것이다.

가지모종심기
가지모종심기

2017년 10월 대구어린이농부학교 농사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고구마를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단체 '서로 돕고 사는 집'에 기부했다. 전달한 고구마 양은 30㎏으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고구마를 직접 길러냈다는 기쁨과 자신들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도왔다는 기쁨과 보람은 컸다.

당시 어린이들을 인솔했던 김수연 원장은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구성원들이 보살핌을 받는 동시에 서로 보살펴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고구마 기부를 통해 아이들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 농부체험 참가 어린이 모집

(사)농업으로 가꾸는 시민공동체가 운영하는 '대구 어린이 농부학교'는 어린이 농부체험 참가 어린이를 모집한다.

대구시에 거주하는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3월부터 12월까지 상추, 고추, 가지, 옥수수, 방울토마토, 고구마, 배추, 무 등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며 자연의 순환을 경험하는 텃밭 프로그램이다.

5세 이상 어린이들이 대상이며, 5명 이상 단체만 참가할 수 있으며, 인솔자가 있어야 신청 할 수 있다.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개별 활동일지 혹은 단체 활동일지를 꼼꼼히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참가비 1인당 1천원. 참가자에게는 기본 작물 씨앗, 채소 모종, 농사도구, 작물재배법 특강 등이 제공된다. 신청 3월 18일(월) 까지. 문의 010-5555-3693(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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