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의 영웅을 찾아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요즘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그들의 꿈에 관한 이해하기 어려운 관점이다. 그들에게 꿈을 물으면 항상 듣는 말은 미래 그들의 미래 직업을 이야기한다. 연예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의사 등등 그들에게 꿈은 미래의 직업이 되어 버린 듯하다.

또,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그럼, 어떤 삶을 살고 싶니?"라는 질문에도 연예인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의사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대부분의 대답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에 귀착(歸着)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삶의 척도가 경제력이 판단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최근 들어 더욱 우리 아이들의 꿈으로 자리매김한 가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의 실력이나 자질적인 면에서의 평가가 아닌, 경제적인 면에서의 조금은 맹목적인 추종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재를 일으킨 가수 싸이(PSY)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사람의 음악과 가수가 지녀야 할 자질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이 유튜브 조회 수에 관한 부분이었다. 몇만 뷰가 넘으면 한 달에 버는 수입이 최소 얼마는 될 것이다. 또 모 랩퍼는 어마하게 비싼 차를 몇 대를 가지고 있고, 호텔 스위트룸을 통째로 빌려 생활한다 등의 얘기와 같은 정보를 얻으며, 우리 아이들은 그 주인공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하게 되고 그 연예인들은 영웅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 같다.

'효자' '저축왕' '효부' 등 참 요즘 들어 듣기 어려운 말들이다. 우리 어린 시절 참 많이 듣던 말들인 것 같은데, 최근에는 거의 매스컴 등에서는 듣기 어렵게 된 듯하다.

뉴스에서는 정치나 재난 등의 사건 사고 이야기 등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고, 드라마 등에서는 전체 인구대비 몇 퍼센트 되지 않을 것 같은 재벌들이 거의 대부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일반적인 서민의 얘기를 소재로 하더라도 결국 그 서민 주인공은 잘 생기고 젊은 재벌가의 아들인 본부장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행복해진다는 내용이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던 그 효자나, 지난 시절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며 차근차근 저축을 한 저축왕, 자신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봉사왕 등 일반 소시민으로서도 공감할 수 있고, 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우리가 그 삶을 배우고 닮아야 할 우리의 작은 영웅에 관한 이야기가 재벌이나 연예인들의 이야기에 그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고 또, 혹자는 '꼰대'라 비난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작은 변화가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꿈을 정하는 기준의 변화를 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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