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3명이 숨지는 등 모두 87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중구 대보사우나 화재는 결국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화재 발생 당시 대피를 알리는 경보장치는 잦은 오작동으로 아예 꺼놨던 상태였고, 소방 시설 점검도 부실하게 이뤄져 허위 문서가 작성되는 등 문제투성이였다.
◆화재는 안전불감증, 화재경보기 전원 차단
경찰 수사 결과, 불이 난 주상복합건물 4층 대보사우나에는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원이 차단돼 화재 당시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경보기가 오래 되고 낡아 잦은 오작동을 일으키다 보니 이용객과 입주상인들의 항의가 많았고, 상가 운영관리 실장 C씨가 임의로 화재경보기 전원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1층과 4층에 있던 화재경보기 5개 모두 꺼져있었다.
수사과정에서 소방시설 관리 미흡과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 미이행, 근로자들의 구호조치 부실도 드러났다. 좁은 통로에는 적치물이 있었고, 비상구 유도등 앞에 이발소를 설치해 대피로 파악도 어려웠다. 상가 운영관리위원장 B씨의 친척을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해 형식적으로 등록만 해두고 업무는 전혀 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종업원들도 화재 발생 시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종업원은 손님보다 먼저 대피하기도 했다. 더구나 업주 A씨가 평소 종업원들에게 화재 시 대처 요령 등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고, 직원들이 소화기 사용법을 몰라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80년 문을 연 목욕탕이어서 관련 법의 소급 적용을 받지 않아 초기 진화에 가장 중요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시설 위험도에 따라 의무 설치 규정을 신설하고, 국가안전 대진단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3명 구속, 7명 입건…소방공무원도 책임 물어
대구경찰청은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로 결론냈다. 경찰은 지난 4일 4층 남자사우나 입구 구둣방 왼쪽 벽면 콘센트에 꽂힌 단자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단자 내부에서 트래킹, 전선 끊김 등이 이어지면서 열과 함께 불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13일 전기 및 소방시설 부실 관리와 피해 발생·확산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사우나 업주 A(64) 씨와 상가 운영관리위원장 B(62) 씨, 상가 운영관리실장 C(59) 씨 등 3명을 구속했고, 구두방 운영인 E(58)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소방시설 점검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명령 이행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로 대보사우나 점검 담당 소방공무원 F(51) 씨 등 2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혐의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다.
한편 중부경찰서는 화재 당시 이용객들의 대피를 도운 이재만(66) 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씨는 목욕을 마치고 귀가하려다가 불이 나자 손님들의 대피를 도운 뒤 남탕 내부에 대피했다가 화재 진화 후 현장에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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