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아이들이 만나 전쟁을 겪고 살아남아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공부시키고 그렇게 세대가 반복되는 사이 어느새 구십을 바라보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었네요."
67년 전이다. 포항에 살고 있는 임일환(86) 씨의 1952년 수학여행 사진이다. 석빙고라는 글자가 흐리지만 경주 석빙고 앞이라는 임 씨의 기억이다. 맨 오른쪽 학생이 본인이다. 중학교 6학년, 지금으로 치면 고3이다. 그때는 중학교 6년제였다고 한다.
사진을 보노라면 19세의 학생이 된다. 1952년이 된다. 근육에 힘이 붙고 귀밑머리가 까맣게 자란다.
"중학교 4학년 때, 그러니까 1950년 6월 1일에 신학기가 시작됐어요. 그런데 25일에 전쟁이 터진 겁니다. 뿔뿔이 흩어져 부산으로 피난을 왔는데 학교가 열렸다는 거야. 꿈인지 생시인지."
피난을 와 판잣집에 살고 있던 그 난리에 다녀온 1박2일 수학여행이었다. 숙소였던 경주역 앞 안동여관에서 나눴던 얘기도 생생하다. 기억에서 지워질 수가 없다. 서울에 있던 학교도 부산으로 피난 와 난리통에 졸업을 맞았다. 망백의 나이에도 변하지 않는 건 동문과의 우정이고 그리움이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특수한 경험의 유대 관계다. 한국전쟁으로 피난 나갔다가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이나 행방불명으로 함께 졸업장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도 안타까운 심정은 줄어들지 않는다.
"420명이 입학했었는데 졸업은 250명 정도가 했을 거예요. 살아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좋고, 또 보고 싶죠. 살아있으니까 좋은 거예요. 그건 지금이나 열아홉 살일 때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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