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솔거미술관 '전통의 재창조' 거장 4인 한자리에

박대성작
박대성작 '노매'(Old apricot Tree)
이왈종 작
이왈종 작 '제주생활의 중도'
황창배 작
황창배 작 '무제'
윤광조 작
윤광조 작 '정(定)Meditation'

경주솔거미술관은 '전통의 재창조'라는 주제로 자신만의 고유영역을 확장해온 한국 미술계 거장 4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경주솔거미술관 2019 특별기획 '전통에 묻다'전은 화단의 주목을 받은 지 40여 년이 되는 4인의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전통'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를 반추해보자 마련됐다.

참여 작가는 혁신적 감각으로 수묵담채의 현대적 해석을 이끌어낸 박대성(74), 특유의 화사한 색감으로 한국화의 영역을 넓혀온 이왈종(74), 파격과 일탈을 통해 동서양의 경계를 허문 고(故) 황창배(1947~2001), 현대 도자 예술의 '전업 작가 1호'인 윤광조(73)이다.

이들은 한국화 분야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3인과 전통과 현대 도예의 가교로서 독보적 위치를 점한 1인들로 자연의 공간에 거주하며 치열한 작업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작가양식을 이룩했다.

박대성의 작품에서는 동양화의 재료성이 극대화한 지점을 만나고, 이왈종의 유쾌한 화면 안에서는 물질과 소재의 재료성이 사라지고 균형이라는 오래된 가치가 스며들어 있다. 황창배의 표현주의적 화면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 없음을 만날 수 있다. 윤광조의 작품을 보면 딱히 분청사기라 일컫는 것도, 그릇이라 일컫는 것도 맞지 않는 그저 현대 작품 그 자체를 목도한다.

박대성은 화단에 등단한 이후 '수묵담채의 실경산수'라는 수식어가 따랐던 만큼 실경산수의 독보적 존재로 자신의 호를 딴 '소산화풍'을 이룩한 작가이다. 그는 "내면화된 인간의 정신을 표현하기에 수묵이 색채보다 더 적당하다"는 말을 남겼고 결국 수묵에서 문인화적 전통의 언어를 발견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왈종은 일찍부터 파격을 통해 오히려 한국화의 전통을 각인시킨 작가이다. 실경이란 현실인식과 함께 인간의 형상을 넣어 이야기 구조를 갖는 그의 그림은 동시대 실경 혹은 추상과는 다른 영역의 것이었다. 그의 화면은 무엇에 얽매임이 없이 일탈이라는 일상을 벗어난 생명력을 향한 에너지에서 탄생한 것으로 '형식'을 깸으로써 전통의 정신에 다가가는 자기 확인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황창배는 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주목을 받았던 작가로 언제나 한국화의 재료가 아닌 정신에서 전통을 찾았다. 그것은 서양의 재료로도 동양의 정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아크릴 물감과 캔버스를 이용해 평면의 한국화를 3차원의 공간형태로 구축한 입체작업까지 영역을 확대했었고 재료에 따라 서구적 조형개념을 한국화에 직접 실현시키기도 했다.

윤광조의 분청사기는 백자와 청자와 달리 소박함, 친근함, 자유스러움과 같은 특성에서 작가 개인의 성향이 드러나는 예술적 상황을 담보한다. 단선이 반복되는 표면에 시구를 적어 넣기도 하고 소박한 초화무늬를 그려넣기도 한 그의 도자는 하나의 화면처럼 내용을 담고 있다. 전통을 계승하되 쓰임새를 버린 도예, 그토록 현대도예가 지향하던 지점에 윤광조의 도자기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은정 미술평론가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미술계 대가인 4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게 된 것은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처음이며 한국 미술계에서도 의미 있는 전시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5일(일)까지. 입장료 어른 3천원, 어린이'청소년 2천원. 문의 054)740-3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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