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항지열발전소를 원상복구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국내·외 전문가가 없을 뿐더러 잘못 건드렸다가 자칫 또 다른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은 25일 "포항지열발전소로 인해 촉발된 포항지진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 학자도 없다"며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 지진과도 성격이 완전히 달라 이 문제를 해석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위스 정부는 바젤 지역에서 2006년 12월부터 3개월 간 9차례에 걸쳐 규모 2~3대 지진이 발생하자 조사에 착수해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스위스 정부는 지열발전소 사업을 중단한 채 시추공을 닫았다가 열기를 반복하며 물을 조금씩 빼는 작업을 진행 중으로 13년째 소규모 지진에 시달리며 소량으로 물을 퍼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항지진은 지각지대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발생한 '촉발지진'이라고 결론이나 전례가 없는 상황인 데다, 지하에 단층이 어떤 형태로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조차 제대로 조사되지 않아 바젤의 경우보다 문제가 더 심각한 실정이다.
더욱이 포항지열발전소 지하에 설치된 지열공 PX-1과 PX-2 등 2곳의 지하수 높이가 600여m 차이가 날 것으로 추정되는 등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내부 6천여t에 달하는 물을 함부로 뺐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도 정부조사단 발표 이후 "지진이 발생한 곳은 이미 내부 모든 구조가 틀어져 버린 상태기 때문에 물을 빼내서도, 넣어서도 안 된다"고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포항지열발전소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하수 수위 변화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정밀 지진계를 일대에 설치해 지진 발생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단층대를 면밀히 조사해 응력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 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조사연구단은 "지진 이후 지하수 수위가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이 데이터상에 나타난다. 이는 천천히 어딘가 회복되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지열발전소도 일단은 그대로 두는 것이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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