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구 대구대공원으로 이전하는 달성공원 동물원…자연친화적인 동물원 만든다

27일 대구 달성공원 내 동물원을 찾은 시민들이 코끼리를 구경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7일 대구 달성공원 내 동물원을 찾은 시민들이 코끼리를 구경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달성토성 복원은 30년간 제자리걸음만 걸었다. 달성토성 터에 자리한 달성공원 동물원이 이전할만한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2022년까지 수성구 삼덕동 대구대공원으로 동물원을 이전한 뒤 달성토성 복원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좁고 취약한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으로 숨통 틔나?

대구시민에게 달성토성은 동물원이 있는 '달성공원'으로 더 유명하다. 총면적 12만6천여㎡ 규모의 공원에는 토성(6만6천㎡)과 잔디광장(2만6천㎡), 조경지(1만9천㎡), 일반시설(5천㎡), 동물원(9천㎡) 등이 들어서 있다.

1970년 만들어진 동물원은 1990년대 들면서 좁고 노후화된 시설 및 동물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줄을 이으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해 30년 가까이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7년 대구대공원으로 이전을 확정지었다. 대구시가 공원일몰제에 따라 조성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대구대공원을 공영개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동물원이 이전하게 된 것이다.

이전할 동물원은 시민과 동물의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동물들이 비좁은 동물우리에 갇혀 인간의 구경거리로만 쓰이는 것은 동물이 자연 속에서 살아갈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까지 달성공원 동물우리는 좁고 악취를 풍기는 데다, 동물들도 스트레스에 따른 정형행동으로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거나, 기력을 잃은 채 축 늘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달성공원의 좁은 우리에 갇혀 살던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관람객을 해친 사례도 있었다. 1993년 1월 30대 관람객이 술에 취해 사자에게 눈뭉치를 던졌다가, 사자가 철망을 뛰어넘어 그를 무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 사고로 사자에게 물린 관람객은 중태에 빠졌다가 간신히 회복했다.

◆체험·학습형 동물원 의견 우세

대구시는 동물원 이전 및 조성 방안을 확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최근의 동물권을 강조하는 문제의식에 공감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대공원에 '체험·학습형 동물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체험형 동물원과 달리, 동물의 자연적인 습성에 바탕을 둔 동물친화적 생활공간에 시민이 들어가 그 생태를 경험할 수 있는 형태의 동물원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체험형 동물원은 관람객이 동물원에 들어가 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형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관람객에게는 이색 체험이지만 동물 입장에선 낯선 여러 관람객에 노출돼 신체적·정신적 외상을 입기 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녹색환경국 관계자는 "부지 면적, 이전할 동물 개체 수 등을 고려하면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사파리 형태의 대규모 생태동물원을 조성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지금처럼 동물이 인간에게 학대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설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달성공원에 있는 77여 종, 376마리에 이르는 동물 이전 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작은 동물은 우리로 유인해 차로 운반할 수 있지만 코끼리, 사자, 곰 등 큰 동물 및 맹수의 이동이 과제다.

특히 키 3m, 몸무게 6t 상당인 암·수 코끼리는 어릴 적부터 동물원에 와서 성장한 탓에 작은 우리 출입구를 통과하기 어렵고, 큰 키와 무게 탓에 차에 실어 운반하기도 쉽지 않다. 곰, 사자 등 맹수들은 장거리 이동 시 스트레스를 받아 돌발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헬기 운반, 장시간 마취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 달성공원관리소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코끼리를 소형 철창에 넣고 마취제로 재운 뒤 헬기로 운반한 사례가 있다"며 "맹수 또한 마취 후 무진동 화물차에 실어 옮기면 무리 없이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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