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평생 고물상 직원으로 일했던 천성현(57·가명) 씨는 꿈에 그리던 본인의 고물상을 차리자마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80% 이상 하락한 고물가격에 내다 팔면 팔수록 적자인 상황이 지속됐지만 그는 신장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죽으라 일했다.
결국 신장이상으로 일상생활마저 불가능해지자 무거운 빚이 천 씨 부자를 집어삼켰다. 시름시름 앓던 아내는 지난 2011년 막대한 병원비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현재 아들 영진(30·가명) 씨의 도움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12살때부터 엄마 간호를 맡아 이제는 아버지 간병까지 맡고 있는 아들을 보면 천 씨는 가슴이 먹먹하다. 아들이 지금껏 사회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것이 모두 자신의 책임인 것 같다.
◆ 아들에게 이식까지 받았지만 다시 망가져 버린 신장
천 씨는 2008년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고 10년째 투석을 받고 있다. 영진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9년 천씨에게 신장 한쪽을 떼 줬지만, 어렵게 이식한 신장은 제 기능을 못하고 금방 다시 망가져 버렸다. 당뇨 합병증까지 앓고 있어 신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탓이다. 2016년에는 갑작스레 심장 혈관이 막혀 수술을 받기도 했다. 현재 그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청력과 시력이 약해져 있다.
그의 가족은 병고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척추장애를 앓았던 아내는 2000년부터 당뇨 합병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낮에는 고물상 일을, 밤에는 아내를 간호하던 천 씨도 신장 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 고물상 직원에서 사장이 됐지만 급격히 낮아진 고물가격 탓에 4년 만에 폐업하며 빚만 늘었다. 천 씨는"530원에 사온 고물을 120원씩 갖다 팔아야 했다"며 "장애 등급도 없는 아내 병원비를 충당하다 보니 결국 아들과 함께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했다.
현재 천 씨의 신장은 주 3회의 투석치료로는 회복불가능이다. 신장이식을 신청해놓긴 했지만 문제는 월 120만원 받는 기초생활수급금으로는 수술비 마련을 엄두도 못낼 형편이라 정작 기증자가 나타나도 걱정이 태산이다.
◆ 아들 앞길 막는 것 같아 가슴 절절해
아들 영진 씨는 12살 때부터 어머니의 간호와 집안일을 책임졌다. 모친이 세상을 떠나고나서부터는 몸져누운 천 씨를 돌봤다. 또래 친구들이 자연스레 거치는 대학입학, 연애, 취업준비 등은 그저 딴 세상 이야기였다.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 때 부터 도맡은 집안일과 18년간 이어진 간병은 10~20대에게는 지나친 부담이었다.
이 때문일까. 영진 씨는 언젠가부터 스스로 자신을 가두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지금도 주 3회 천 씨의 투석 치료에 동행하는 것 외에는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신장 한쪽을 떼 준 이후 불어난 체중에다, 쉽게 붓는 다리, 신용불량자 딱지까지 붙으면서 세상에서 그가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는 개인 이름으로 된 통장, 휴대전화도 없이 세상과 단절돼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 나서봐도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부모에게 헌신하며 정작 자신의 인생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데 대해 영진 씨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느냐. 부모님에 대해 원망도 없었고, 타인들의 삶과 비교하며 우울해질 겨를도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런 착한 아들을 보면 천 씨는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그는 "제발 혼자 살 수 있을 만큼만 건강이 나아지면 좋겠다. 아들 인생에 더 이상은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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